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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어린 "땅밑 풍경" 신동철 카툰집 "지하철…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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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어린 "땅밑 풍경" 신동철 카툰집 "지하철… 쉼표"

입력
200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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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애인인 척해 볼까? 도저히 표정관리가 안되네. 휴! 땀 나네…" 지하철에서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어깨를 베개 삼아 졸고 있다. 남자는 여자를 전혀 모른다. 그렇다고 기분 나쁜 일은 아니다. 이럴 때 다른 승객들의 눈치를 살피는 남자에게 잠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다. 잠시 후 여자의 머리가 돌아가 옆에 있는 다른 남자의 어깨를 베고 잔다. "저런, 배신을 때리다니" 남자의 이마에선 식은 땀이 흘러내린다.하루에도 수백만 명이 타고 다니는 지하철. 신동철(40) 작가의 '지하철…쉼표'(글로리아 발행)는 지하철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풍경과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경험과 생각들을 그림과 글로 엮었다. "지하철은 살아 있는 공간이죠. 수많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도 관심을 갖는 작가들이 별로 없어요" 지하철 6호선 종점인 봉화산역 부근에 살고 있는 신씨가 지하철 만을 소재로 책을 내게 된 변이다.

"이 제품으로 말씀 드리자면…"뭔가를 팔려는 행상인이 머뭇거리며 말 머리만 꺼내다가 멈추기를 3,4차례, 듣는 승객들까지도 가슴이 조마조마해졌는데 숫기가 없어 말을 못하고 그냥 내리고 말았다. "에이 연습은 제대로 하고 타야지" 종각역 지하상가 부근에서 누군가 시켜먹고 배달원이 가져가라고 내놓은 그릇의 남은 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있는 노숙자, 10년 만에 다시 본 뜸북새를 부르는 맹인 거지 등 작가가 오랫동안 보아온 지하철 풍경을 정감 있게 묘사했다. 작가는 부산, 대구 등 지방의 지하철을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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