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가 끝내 '1승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인 최초로 베어트로피를 품는 감격을 누렸다.4타차 역전 우승의 한가닥 기대를 안고 2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트럼트인터내셔널 골프장(파72·6,485야드)에서 열린 ADT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 출격한 박세리는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버디 3개)의 실수로 1오버파 73타를 기록하며 오히려 선두권에서 더 멀어졌다. 이날 5언더파 67타의 불꽃타를 뿜어내며 7언더파 281타로 우승을 차지한 멕 말론(미국)과는 8타차의 공동 5위.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다짐은 결국 물거품이 됐지만 박세리는 베어트로피의 소망을 이루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시즌 평균 최저타수를 작성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어트로피(Vare Trophy)는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과 함께 최고의 선수만이 누릴 수 있는 영예 중 하나. 1년 내내 최상의 기량으로 안정된 플레이를 펼칠 때만이 오를 수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다. 박세리는 시즌 평균 타수 70.03타를 기록, 후배 박지은(24·나이키골프)을 0.08타로 따돌리고 타이틀을 따냈다. 이로써 1995년∼2000년 아니카 소렌스탐(5회)과 카리 엡(호주)이 분할해오던 양강체제도 깨졌다. 올 시즌 26경기에 출전, 20차례나 톱10에 입상해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60대 타수를 기록한 라운드도 43차례에 이르러 박지은(46차례)에 이어 2위였다. 박세리 스스로 "베어트로피를 염두에 두고 정말 열심히 했다"며 "정말 뿌듯하다"고 감격해하고 있다.
그러나 박세리의 진정한 꿈은 '넘버 1'이 되는 데 있다. 이번 베어트로피 수상도 시즌 평균타수 69.02타의 소렌스탐이 대회 출전이 15차례에 그쳐 수상 자격을 잃으면서 어부지리로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박세리는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래서 박세리는 내년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도전과 1인자 등극의 비전을 더더욱 가슴에 되새기고 있다.
한편 소렌스탐에 3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말론은 버디 6개(보기 1개)를 쓸어담으면서 소렌스탐을 1타차로 따돌리고 시즌 첫 승으로 LPGA 투어 최종전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날 5개의 버디를 더하며 3언더파 69타로 선전한 박지은은 버디개수 392개로 박세리(366개)를 제치고 '버디퀸'에 올라 자신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했던 5명의 한국 선수들은 내달 6일 제주에서 열리는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에 나서기 위해 곧 귀국길에 오른다.
/김병주기자
● 베어트로피란
베어트로피(Vare Trophy)는 미국프로골프(PGA)의 바든트로피처럼 한 시즌 평균 최소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개인타이틀로 1953년 만들어졌다. 베어는 1929년부터 미 여자아마추어대회 타이틀을 6년 연속 차지한 전설적인 골퍼 글레나 콜렛 베어의 이름을 본 딴 것. 한 시즌 70라운드 이상을 뛰는 선수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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