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진출한 일부 한국기업들이 임금을 체불하고 야반도주 하거나 세금혜택을 누리기 위해 현지법을 악용하는 등 비윤리적 행태로 현지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국제민주연대(대표 이해동 목사)는 24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원으로 올 7월부터 2개월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4개국을 현지조사한 뒤 이를 토대로 한 '해외한국기업 인권현황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 따르면 7월3일 인도네시아 카와산 봉세 수출단지 내 S사에서는 한국인 관리자들이 5,000여만원의 임금을 체불한 채 야반도주 했다. 국내 B호텔 회장의 사위인 한국인 사장이 5월 8일 자녀 결혼식 참석을 이유로 출국한 지 두 달 만이었다. 400여명의 현지 노동자들은 노조위원장 라흐만(25·여)씨를 중심으로 공장 점거농성에 들어갔고 현지법원은 8월 초 "노조가 공장의 경영권을 맡으라"는 판결을 내렸다. 2001년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S사처럼 임금을 체불하고 한국 기업 사장이 야반도주하여 물의를 빚은 사례는 T사, I사, J사 등 비일비재하다.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한국계 의류업체 B사는 8월 중순께 해고노동자 복직을 요구하며 파업에 참가한 현지인 노동자 165명을 해고한 혐의로 고발돼 소송이 진행 중이다. B사 측은 "파업이 아니라 무단 결근이 해고사유"라며 해고자들의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과테말라에서도 N사가 10월16일 노조결성을 주도한 현지인 노동자 4명을 해고한 혐의로 당국에 고발됐다. N사의 경우 과테말라 노동부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는 해석을 내린 직후인 10월28일 이들을 복직 시키고 노조인정 문제를 둘러싼 노사협상이 진행 중이나 여전히 화장실에서 노조원을 위협하는 문구가 발견되는 등 잡음이 잇달았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카비테 수출자유지역에서는 한국기업들이 현지법을 악용한 탈세로 지역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면세혜택이 주어지는 5년이 지나면 고의부도를 내 문을 닫은 뒤 이름만 바꾸어 다시 면세혜택을 받는 것. 현지실사에 참여한 '홍콩 아시아 다국적기업 감시 프로젝트' 연구원 차미경씨는 "수출자유지역 내 전체 기업의 3∼50%에 달하는 한국기업 중 상당수가 탈세를 위해 현지법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반인권적 행태로 인해 한국기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