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LG카드가 채권단과 LG그룹 간의 극적협상 끝에 위기를 넘겼다. 카드대란에 따른 금융시장의 혼란은 일단 수습국면이나 낙관할 수만은 없을 듯 싶다. 당장의 부도위기로부터는 벗어났지만 이를 정상화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불씨는 여전히 내연하고 있는 셈이다.이번 채권단의 지원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이번 사태로 LG카드 자체의 신인도 추락은 물론, 그룹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룹 계열사 주가 급락이 이를 입증한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위기만 일단 넘기고 보자는 식의 대응은 더 큰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카드사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3·4분기까지 8개 카드전업사의 누적 적자는 4조원을 넘는 등 극히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과도 같다. 다른 카드사들은 LG카드의 경우와는 달라 유동성 위기는 없을 것이라 주장하지만 주변 환경이 그다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이번 협상 타결과정에서 정부의 적절치 못한 수준의 개입은 심각한 부작용 소지가 될 수 있다. 이른바 관치금융시비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단의 한 은행장이 "지금이 어떤 시절인데 기분 나빠서 이야기 못하겠다"고 한 것이나, 타결이 감독 당국의 '팔 비틀기' 결과라는 지적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비슷한 사태가 또 발생할 경우 어떻게 '원칙대로의 처리'를 강조할 수 있겠는가. 시장이 경제논리와 거리가 있다며 냉정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LG카드사태가 기업에 대한 불법대선자금 수사 등과 맞물려 우리 경제의 국제신인도 하락을 가속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언제까지 일시적 봉합에 급급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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