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 국가정보원장이 24일 사실상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방문, 인권침해 논란이 있는 테러방지법의 연내처리를 위해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정원장이 법안처리 문제를 놓고 특정 정당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테러방지법은 당초 여야 합의로 국회 정보위에서 통과된 뒤 지난 1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나, 우리당 천정배 의원 등이 "대테러센터를 국정원 산하에 두도록 한 것은 인권침해와 권력남용의 위험이 크다"며 강력히 이의를 제기, 현재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간 상태다. .고 원장은 이날 오후 4시께 박정삼 2차장 등 간부 10여명과 함께 국회 본청 우리당 원내대표실을 방문, 1시간30분가량 김근태 원내대표, 정세균 정책위의장을 잇따라 만나 "테러방지법에 대한 우리당 의원들의 반대가 심한데, 입법과정에서 여러가지 우려를 해소한 만큼 연내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회동 후 "대테러센터를 국정원장 산하에 둘 경우 정보기관이 행정권까지 갖게 돼 3권분립에 어긋나고, 과거 국정원의 행태로 미뤄 여러가지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테러를 막기 위한 테러방지법 제정 원칙에는 동의하는 만큼 의원총회에서 다시 한번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의장도 "테러방지법 제정 필요성에는 이의가 없으나 일부 내용이 문제"라며 "25일 정책 의총에서 처리 방향에 대한 당론을 조율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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