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내 규장각 회랑 복원 공사에 걸림돌이 됐던 270살 된 느티나무가 24일 옮겨 심어졌다. 이 나무는 높이 15m, 밑둥 지름 1m 27㎝의 거목인데, 규장각 남쪽 회랑 전체 7칸 중 다섯번째 칸에 바짝 붙어있는 이 나무를 보호하느라 복원 공사가 회랑의 네번째 칸까지만 이뤄진 채 중단된 상태다.이식 작업을 맡은 조경업체는 뿌리의 흙덩이를 합쳐 75톤에 이르는 이 나무를 옮기기 위해 300톤 짜리 대형 크레인을 동원하고 지름 38㎜ 와이어 로프 4개를 걸어 들어올린 다음 현재 위치에서 7m 떨어진 곳에 옮겨 심었다.
문화재청은 이 나무 때문에 문화재 복원이 중단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지난해 이식을 결정, 8개월 간의 준비작업을 거쳐 17일 1차 이식을 시도했으나 들어올리는 데 실패, 두번째 작업에서 성공한 것이다.
이 나무는 1776년 설립된 규장각보다 더 오래된 것이나, 19세기 초 창덕궁의 건물과 나무 배치를 보여주는 옛 그림 '동궐도'에는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일제 시기에 이식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제가 돈화문과 일직선 상에 이 나무를 심음으로써 창덕궁의 북쪽 진산을 가로막는 등 궁궐 조경의 시야를 훼손했다고 추측한다.
/오미환기자·사진=최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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