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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교육열, 투자로 연결시키려면

입력
200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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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학에서는 기여 입학제를 시행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여 입학제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사학의 입장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MIT, 하버드 등 미국의 주요 사학의 재무 구조를 보면 총 예산의 30% 정도가 정부 보조, 30% 정도가 기여금 및 재단수익 등이고 나머지 30% 정도가 등록금에 의해서 충당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학의 경우 등록금 의존율이 90%를 넘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 지원금은 대학 예산의 1%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을 교육하고 연구하고 봉사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국립이나 사립이나 동일하지만 정부의 사학 지원은 미미하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와 캐나다 등은 아예 사립이 없고 모두 국립 또는 공립으로 하여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지 않는가. 현재 우리나라의 사립대학에서 배출하는 졸업생에 대한 1인당 비용을 계산한다면 미국 주요대학과 비교해서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대학에서 교육을 받아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수준은 미국대학에 비교해서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 사학의 생산성은 놀라운 것이다.

이와 같은 높은 생산성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유별난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학부모는 비용, 시간과 정열을 모두 바쳐서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정부가 투자해야 할 상당한 부분을 학부형들이 대신하는 것이다. 어느 면에서는 정부가 학부형들을 혹사시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학부형들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입시내용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교육열이 너무 높기 때문에 어떤 입시정책을 시행해도 입시경쟁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경쟁을 없애거나 단순히 줄이려고 하는 정책은 효과를 내기 어렵고 성공하기도 힘들다.

대학 입시는 신입생 선발을 위한 변별기능에만 많은 비중이 주어지기 보다는 무슨 내용을 가지고 경쟁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경쟁내용이 지원자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자의 대학교육과 사회진출에 필수적인 핵심내용을 경쟁내용으로 할 수 있다면 학부형이 지불하는 과외비와 학원비는 낭비가 아니라 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 윤 호 중앙대 교수 전력전자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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