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3년 11월24일 영국 소설가 로렌스 스턴이 아일랜드 클론멜에서 태어났다. 1768년 런던에서 몰(沒). 스턴은 우리 독자들에게 그리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소설의 역사상 가장 진묘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생애와 의견들'(1760∼1767: 총9권)의 작가다.화자이자 명목상의 주인공인 트리스트럼의 수태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그의 가족과 지인들이 얽히게 된 일화와 기담들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은 18세기에 확립된 정통적 소설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딱히 플롯이랄 만한 것도 없고, 사건들이 시간 축을 따라 정연하게 배열되지도 않으며, 이야기는 끊임없이 샛길로 빠진다. 그래서 이 소설은 대뜸 20세기 모더니스트들의 '의식의 흐름'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프랑스어와 라틴어 등 외국어가 끊임없이 출몰하고 활자가 오락가락하며 요즘 채팅언어의 이모티콘에 견줄만한 도상들이 점점이 박혀 있어, 21세기의 실험 소설이라고 해도 믿고 싶을 정도다. 제9권이 출간된 이듬해 스턴이 늑막염으로 숨을 거두는 바람에 이 소설은 미완성으로 끝났다. 설령 작가가 그 이후에 아홉 권을 더 썼다고 하더라도 그 전까지의 방법적 일탈이 계속된다면, 미완성의 느낌은 여전할 터이다. '트리스트럼 섄디'는 지난 2001년 우리말로 처음 번역돼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왔다.
스턴은 평생 건강이 좋지 않았다. '트리스트럼 섄디'의 1, 2권을 당시 휘그당 지도자 대(大) 피트에게 헌정하며 "이 나라 한 귀퉁이 외딴 초가집에서 육신의 질병을 웃음으로 이겨보려 애쓰며 이 작품을 썼다"고 술회했을 정도다. 집필 중 건강이 더 나빠져 프랑스에서 요양하기도 한 스턴은 아픈 몸을 이끌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돌아본 뒤 '감상적 여행기'(1768)를 남겼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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