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좋은 일일수록 문제가 많다고 하잖아요. 한국과 중국의 최고 감독, 배우, 스태프가 모였으니 최고의 드라마가 될 거라고 믿어요."KBS와 중국 CCTV가 공동기획한 한중 합작 드라마 '북경 내 사랑'의 여주인공 쑨페이페이(孫菲菲·23)는 첫 인사부터 재치가 넘쳤다. '호사다마'라는 그의 말처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제작이 무기한 연기돼 주연급 연기자들이 도중하차하는 등 숱한 곡절을 겪었던 '북경 내 사랑'이 30일 베이징(北京)에서 첫 촬영에 들어간다. 20부 전편을 사전 제작하는 이 드라마는 내년 5월 KBS와 CCTV에서 동시에 방송될 예정이다.
'북경 내 사랑'은 철부지 바람둥이 청년 나민국(김재원)이 전자회사 회장인 아버지의 극약처방으로 베이징에 버려진 뒤 좌충우돌하며 일과 사랑에서 성공을 일궈가는 과정을 그린다.
민국을 돕다가 사랑에 빠지는 베이징대 출신의 당찬 아가씨, 양쉬에(陽雪) 역을 맡은 쑨페이페이는 "양쉬에가 전통적인 중국의 외유내강형 여성인 데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고 깊이 파고 드는 것이 실제 제 모습과도 닮아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양쉬에가 대학에서 한국어를 부전공한 것으로 설정돼 대사 대부분을 한국말로 소화해야 하는 그는 3월부터 틈틈이 한국어를 익혔고, 13일 방한 이후 개인교사에게서 하루 8시간씩 한국어 연기 지도를 받고 있다. "선생님께서 그 동안 가르친 외국인들 중 제가 배우는 속도가 가장 빠르고 감정 표현도 좋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언어는 큰 문제가 안될 거라고 장담해요." 그는 자랑이라도 하듯 한국말로 자기 소개를 해보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에서 온 손비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또박또박 자신 있게 내뱉는 것이 제법이었다.
첫 방한한 소감은 어떨까. "공항에 내려서부터 환대를 받아 행복하다"는 의례적 인사에 덧붙인 말이 인상적이다. "중국에 이렇게 예쁜 사람이 있었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저보다 훨씬 예쁜 사람이 많아요. 중국에 직접 가보세요." 자신의 미모에 대한 칭찬의 말을 뒤집어 중국 관광 홍보대사 노릇을 해내는 모습이 첫 인사 못지않게 재치가 넘쳤다.
시안(西安) 출신인 그는 영화 '와호장룡'의 장쯔이를 배출한 베이징 무용학원에 재학 중이며 16세 때 CF로 데뷔했다. 학업을 위해 연예계를 떠났다가 2년 전 활동을 재개한 그는 '중안6조 2' '평종협영' 등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며 가장 주목 받는 신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인기 비결을 물었더니 "누구에게나 스스럼 없이 대하는 밝은 성격"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 드라마는 '가을동화'를 재미있게 봤는데 촬영기법이 세련되고 화면이 참 아름다웠다"며 "사실주의에 충실한 중국 드라마와 달리 낭만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는 장동건. "남자답고 말수가 적고 듬직해 보이는 게 꼭 제 이상형이에요." 상대역 김재원에 대해서도 "중국에서 포스터를 보고 느낌이 아주 좋았는데 실제로 보니 더 잘 생겨서 기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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