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옷을 통해 깨고 싶습니다." 패션디자이너 김영세(50)씨가 뮤지컬 '록키호러쇼' 무대의상을 통해 세상의 편견에 도전한다.록키호러쇼는 컬트영화의 고전인 동명(同名)의 영화를 번안한 인기 뮤지컬. 올해 디자이너 김씨를 예술감독겸 의상디자이너로 영입, 21일부터 새롭게 무대에 올리고있다.
김씨는 이번 작업을 "제 2의 인생을 선언하는 이정표"라고 말한다. 김씨는 80년대 '에쿠스김영세'라는 브랜드로 명성을 얻었다. 대구의 갑부집 아들로 태어나 한양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입신했으며 20대 나이에 퍼스트클라스로 세계여행을 다니고 BMW를 몰았을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린 인물.
그러나 온갖 호사도 패션쇼가 끝난 뒤의 공허감을 채워주지 못했고 곧 마약과 방탕한 생활에 빠져 거의 15년을 '수렁'에서 허우적거렸다. 2000년에는 '인생의 절반을 대신 살아준'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을 못 이겨 스스로 할복자살을 기도했다. 이후에도 정신병원과 심장병 발병 등 고난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자살하려고 유서를 쓰는데 정말 쓸 게 아무것도 없더군요. 남길 것도 줄 것도 받을 것도 없는 슬픈 인생을 살았구나 싶어, 그래 다시 산다면 이젠 더불어 살자, 그들이 나를 안받아줘도 내가 그들에게 파고들려고 노력하자 싶었습니다. 그 첫번째 노력이 이번 뮤지컬이 된 셈이지요."
록키호러쇼와의 인연은 지난 3월 극단관계자가 집으로 찾아와 시작됐다. 3개월간 고민 끝에 의상디자인과 예술감독직을 받아들였다.
"제가 아는 한 게이는 '주는 사랑'에 만족하는 착한 사람들입니다. 사회에서 매도되고 가족들에게 버림받으면서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지요. 그들의 삶을 아름답게 그리고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김씨가 디자인한 무대의상은 이전의 작품에서 보여진 검정가죽옷에 채찍, 찢어진 스타킹 등 엽기취향과 완전히 다르다. 꽃과 보석, 구슬로 장식한 아름답고 화려한 의상들은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시킨다. 150벌에 이르는 무대의상의 90%이상이 직접 구슬을 달고 봉제한 수작업 작품이다. 김씨와 공동작업을 한 이화여대 의류직물학과 강사 심경섭씨는 "김씨의 완벽주의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말한다.
김씨는 오십줄의 남성이지만 공들여 다듬은 손톱에 매니큐어가 곱게 칠해져 있다. 혹여 배가 나올까 싶어서 항상 거들을 착용하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아직 혼자다.
김씨는 앞으로의 인생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살고싶다고 말한다. 첫 실천으로 28일 독거노인을 위한 패션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내년에는 홈쇼핑을 통해 자신의 첫 언더웨어브랜드를 내놓을 계획도 세우고있다.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사람에 대한 사랑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이라는 김씨는 "무엇보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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