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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은 지금/시청자가 살린 佛 "골드세븐"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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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은 지금/시청자가 살린 佛 "골드세븐" 시상식

입력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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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에미상이라 할 수 있는 '골드세븐'(les 7 d'Or) 시상식(사진)이 3일 파리의 한 호화 나이트클럽에서 열렸다. 골드세븐은 방송인과 시청자가 함께 1년 동안 방송된 TV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유일한 행사다. 제1 공영채널이 생중계하는 것이 전통이어서 매년 이맘 때면 시청자들은 내로라 하는 TV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구경'하는 즐거움을 누렸다.그러나 16회를 맞은 올해 시상식은 맥 빠진 분위기에서 개막됐다. 과거 수상 실적이 저조한 제1 민방 TF1 관계자들이 상당수 불참했고, France2가 방송사 사정으로 중계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한 기자는 한 켠에 늘어선 골드세븐 상패가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것 같아 보였다고 행사장 분위기를 전했다. 할리우드 식의 화려한 쇼는 아니지만 방송인과 대중이 어울려 단란하게 즐겨온 골드세븐 시상식의 열기가 조금씩 살아난 것은 수상작이 발표되면서부터.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시사매거진 '그것을 논의한다'를 시작으로, 시청자가 선정한 14개 부문, 전문가가 뽑은 9개 부문 시상이 이어지면서 한 해 동안 프랑스 가정에 웃음과 감동, 재미와 정보를 전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레지스탕스의 고결한 삶을 생생하게 그린 '장 물렝', 사회현안을 농축된 르포로 다룬 시사매거진 '7시∼8시', 오지의 자연이 간직한 물소리와 바람 색깔을 담아온 '우슈아이아' 등이 시청자들이 뽑은 역작이다. 전문가 평가에서는 인형이 등장하는 풍자뉴스 '어릿광대들', 소외된 사회상을 벗겨낸 다큐멘터리 시리즈 '스트립티즈', 문명의 발원과 전파를 심층 분석한 문화매거진 '뿌리와 날개' 등이 우수작으로 뽑혔다. 위성 및 케이블 매체의 최고 프로그램으로는 이 칼럼에서 얼마 전 소개한 파리 프르미에르의 토크쇼 '앞면과 뒷면'이 선정됐다.

시상식 다음날 라디오와 신문, 잡지를 통해 수상작을 접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즐겨 시청하던 프로그램의 수상을 기뻐하고, 수상작 선정에 반발하기도 하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은 골드세븐에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던 방송계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시청자가 선정한 9개 상을 받은 TF1 관계자들은 내년 시상식 참가를 다짐했고, France2 채널도 시상식 방송을 약속했다. 올해를 끝으로 없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까지 낳았던 골드세븐이 얼마나 소중한 축제인지를 시청자들이 깨닫게 해준 것이다.

/오소영·프랑스 그르노블3대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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