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노동에 의존하는 경제가 국가를 이끌어 가는 세상은 끝났다."'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등 현대 문명에 대한 통찰력 있는 저서로 명성이 높은 제레미 리프킨(사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22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공동체포럼(EACOS)에서 그는 특유의 문명관으로 사회와 경제, 문화와 경제의 통합론을 풀어나갔다.
리프킨 교수는 강연에서 기술혁명이 몰고 온 변화와 공룡처럼 비대해진 상품 경제를 지적했다. 인터넷과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기업들은 새로운 생산투자보다 제휴와 협업을 통한 이윤창출에 관심을 쏟고 있으며, 산업현장에는 사람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기술이 고용을 밀어내는 현상'이 벌어지는 한편, 다국적 기업의 노동 집약적 산업은 동남아시아와 중국의 오지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노동력을 흡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의 경제는 효율성이 증대되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하지만 고용은 점점 줄어 든다는 얘기다.
리프킨 교수는 "한국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라면, 프랑스처럼 정부에 저항하는 노조를 협상 창구로 끌어내 노동시간을 35시간으로 줄이고 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어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공해세, 주세, 담배세 등 '계도적 세금'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세계화는 실패했다"며 '상향식 세계화'를 역설했다. 국가간 사회·문화적 교류의 증진이 경제적 통합에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경제는 '위험한 갓난아이'라는 시각이다.
그는 인류의 물질적 삶이 여기에 의존하고 있으나 돌보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스스로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때 '시장의 적'으로 여겨졌던 정부가 시장경제를 지키는 껍질, 보호자의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리프킨 교수는 "소유의 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네트워크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요즈음, 이를 효율성과 고용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각국 정부의 범세계적 노력이 없다면 독점과 제3세계에 대한 착취가 만연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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