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남2녀 중 장남으로 교사로 일하다 정년 퇴임한 A(65)씨가 여동생으로부터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져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것은 지난 해 4월. A씨와 형제들의 만남은 10여년만의 일이었다. 1991년 A씨는 "재산을 물려주면 부모님을 잘 모시겠다"고 한 뒤 아버지(84)로부터 경기도 일대 부동산 1만8,000여평을 상속받기로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동생 결혼을 위해 부동산의 일부를 처분하자 이에 반대하다 가족들과 등을 지게 됐다. 아버지도 형제간 재산분쟁을 일으켜 경찰서 조사까지 받게 한 A씨를 용서하지 않았다.그런 A씨가 "그동안의 불효를 용서해 달라"며 어머니를 자신의 집으로 모셔 간병과 치료를 맡고, 동생 집에서 생활해온 아버지도 자신이 봉양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형제들은 우애를 되찾는 듯 했다. 그러나 A씨는 여기에도 '조건'을 내걸었다. 10년 전 자신에게 주기로 했다가 취소된 부모님의 부동산을 다시 달라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형제들은 그 말을 믿고 부동산을 A씨에게 넘겨줬지만 이후 A씨의 태도는 형제들을 경찰서 조사까지 받도록 했던 10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어머니를 자신의 집으로 모신 뒤 일주일도 안돼 노인전문병원에 입원시킨 뒤 전혀 돌보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는 지난 해 10월 사망하고 말았다. 치료비도 처음에 조금 부담하다 아버지에게 떠넘겼다.
결국 아버지는 A씨를 상대로 "아내에 대한 간병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 부동산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고, 서울고법 민사15부(이진성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증거가 없다"며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부동산을 넘겨받자 어머니를 노인병원에 입원시켜 방치하는 등 A씨는 부동산 증여의 조건이 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돈을 위해 가족의 사랑까지 팔아버린 사람을 법도 용서하지 않은 것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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