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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단장 길음시장 "쇼핑이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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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단장 길음시장 "쇼핑이 즐거워요"

입력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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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시장. 어귀에 들어서자 산뜻한 느낌의 우레탄 바닥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고개를 들자 하늘이 내다보이는 비 가리개 지붕이 시원스럽다. 상점 간판도 노점 좌판도 모두 규격에 맞춰 질서 정연한 모습이다. 널따란 시장 골목은 차 한대가 지나가도 될 정도. 43년 된 재래시장이라고 보기에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고 아기자기하다.불과 7개월 전까지 '칙칙함'만 떠오르던 길음시장이 이런 모습으로 바뀌게 된 것은 서울시가 추진한 재래시장 환경개선사업 덕택. 시는 총 16억 7,500만원을 들여 4월부터 시장골목 280m 천장을 개방형 비 가림 장치로 바꾸고 전용 주차장(62대 수용)도 마련했다. 또 바닥 포장과 화장실 신·증축도 병행했다. 소방시설도 새로 갖추고 복잡하게 얽혀 있던 전선도 일제히 정리했다.

19일 준공식과 함께 새 옷을 갈아입은 시장의 모습에 상인들 모두 들떠있었다. 23년째 길음시장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박순희(49·여)씨는 "리모델링 한다기에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깨끗하게 변할 줄은 몰랐다"며 "특히 불이 날 걱정 없이 맘 편히 장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밝게 웃었다. 더욱이 길음시장 일대가 올 초 서울시가 추진하는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 된데다 18일 발표한 자족형 복합도시의 모델 사업지로 지정된 뒤라 상인들의 기대는 어느 때 보다 높았다. 3개월 전 광명에서 이사 온 서성자(48·여)씨는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효과가 없어 속이 상했다. 하지만 앞으로 아파트도 늘어나고 사람들이 몰려 들게되면 잘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 역시 기뻐하긴 마찬가지. 조성자(56·여·성북구 정릉2동)씨는 "예전엔 가까운 곳에 장 볼 곳이 마땅히 없어 여길 찾았다"며 "이렇게 산뜻하게 바뀌고 나니 안 오고는 못 베길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비가 오는 데도 걱정 없이 쇼핑을 할 수 있어 너무 편하다"는 김옥자(53·여)씨는 "멋지게 변한 시장이 이 지역 이미지도 좋게 만들 것 같다"고 말했다.

길음시장 상인들은 뉴타운 개발로 인해 길음 지역에 아파트 신축이 줄을 이으면서 인근에 대형 할인매장과 백화점이 들어서는 등 갈수록 현대화되는데 비해 시장은 시설이나 운영 면에서 6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던 터라 상당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전체 점포(147개) 중 30%가 비어 있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상인들 사이에 '이러다 시장 전체가 문닫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번 리모델링은 그런 상인들에게 '터널 끝에 보이는 한줄기 빛' 같은 존재다. 길음시장 환경개선위원회 공태식 위원장은 "시장 현대화는 달동네의 변두리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버릴 수 있는 계기"라며 "장사가 안돼 의기소침해 있던 상인들 모두 다시 한 번 해 보자며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상가번영회 측은 조만간 시장 홈페이지(www.kilum.com)를 통해 점포광고와 주문·배달 판매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경쟁력 갖추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성북구 관계자는 "길음시장 인근의 유동인구는 하루 약 4,000∼5,000명 수준"이라며 "현대화로 거듭난 길음시장이 활성화 된다면 침체된 지역 경제 전반의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재래시장 환경개선사업

서울시는 지역균형발전추진단 산하에 재래시장대책반을 편성, 2002년 7월부터 재래시장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해 14개 시장에 대한 현대화 작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총 160억 여 원을 투입, 중랑구 면목시장을 비롯해 이번 길음시장까지 모두 6개 시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시민들을 맞고 있다. 시는 내년에도 마포구 만리시장을 비롯한 26개 재래시장에 대해 환경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면목시장과 월정로 골목 시장 등이 새단장 후 30% 이상 매출이 신장되는 등 환경개선사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시는 앞으로 시장 상황에 맞는 공동브랜드와 캐릭터 개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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