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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노무현 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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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노무현 모독

입력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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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노빠주식회사 대표이사'이자 '비공식 청와대 대변인'이다. 그는 한달 전 '딴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반 우스개 소리로 그렇게 불렀다.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는 정열과 솜씨에 있어선 자신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유 의원은 노 대통령에 대한 '팬클럽론' '무한책임론' 'AS(아프터서비스)론' 등을 주창한다.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노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나와 같은 '비판적 지지자'의 입장에선 황당한 이론이다.

내가 보기엔 노 대통령이 명백히 잘못을 저지른 사안마저도 유 의원은 노 대통령의 장점이나 치적으로 바꿔놓는다. 인터뷰를 한 딴지일보 총수의 말마따나, 유 의원의 "노무현에 대한 신뢰는 정말이지 종교적이라고까지 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을 신앙의 대상 수준으로까지 우러러보는 유 의원이 노 대통령의 실책으로 지적하는 게 딱 한가지 있기는 하다. 그게 무얼까? 바로 부안 사태다. 나도 이 점에선 유 의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런 이야기다. 부안 사태의 본질은 관료제의 타성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이 일은 민주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지레 겁을 먹고 '공작'을 하듯이 밀어붙였기 때문에 무난하게 처리할 수도 있었던 일을 엄청난 비극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사람들은 정치가 썩었다고 욕해대지만 정치판은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에 있어서 '쇼'라도 할 줄 안다. 그러나 관료제의 타성은 도무지 변화를 모른다. 정부는 '진실'과 '신뢰' 대신 '기만'과 '포섭'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지금 부안군민이 분노하는 게 바로 그 점인데도 정부 일각은 강경 대응만을 부르짖을 정도로 경직돼 있다.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다. '한국일보' 20일자 사설이 잘 지적했듯이, '후보지 선정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행여 강경 대응을 부르짖는 일부 보수 신문의 파괴적 주장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금 우리 국민 수준이 1970년대 수법으론 안 통한다는 걸 직시하고 '진실'과 '신뢰'가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바란다.

내가 정작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유 의원식 지지 방식의 위험성이다. 유 의원은 부안 사태를 노 대통령의 실책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궁극적 책임을 '우리나라 지도자 양성과정'에서 찾는다. 지도자들이 '사람 장사' 하느라 바빠서 공부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긴 하나, 문제는 이미 저질러진 실책에 대한 자기 교정 능력일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유 의원식 지지 방식이 문제가 된다. 유 의원은 노 대통령이 처해 있는 환경이 너무도 열악하고 적대적이기 때문에 지지자들이라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평론가처럼 굴지 말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에도 일리는 있지만, 지금 유 의원을 비롯한 열혈 지지자들은 노 대통령에 대한 보호 본능이 지나쳐 부메랑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노 대통령의 명백한 실책에 대해서도 지지자들의 비판이 전무할 경우 노 대통령은 무슨 수로 자기 교정을 해나갈 수 있겠는가.

이들은 노 대통령을 끔찍이 생각하는 것 같지만, 노 대통령을 무작정 보호해야 할 '어린애' 취급을 함으로써 사실상 '노무현 모독'을 범하고 있는 건 아닌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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