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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야당, 정권장악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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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야당, 정권장악 선언

입력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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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야당과 반정부 시위대가 22일 오후 국회의사당과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임시 대통령을 지명하는 등 그루지야 전역이 무정부상태로 빠져들었다. 국방부 소속 국가수비대와 내무부 소속 특수부대원 일부 병사들이 반정부 시위대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군부가 동요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75)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사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은 23일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을 떠나야 한다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대통령 및 의회 조기 선거를 치르는 문제를 대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그루지야의 수도 트빌리시를 급거 방문해 중재에 나섰다.

경제난·부정부패로 지친 그루지야

이날 소요는 그 동안의 경제난과 집권 세력의 무능과 부패로 인해 쌓인 불만이 폭발함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의 구성원이었던 그루지야는 1991년 소련이 해체된 후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치하에서 경제적으로 급속히 후퇴했다. 외신들은 소련으로부터 원조가 끊겨 경제가 어려워졌음에도 셰바르드나제 대통령과 결탁한 일부 세력들은 기업을 장악하고 국부 나눠먹기를 하며 제 배만 불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속에서 국민 50% 이상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불만은 고조됐다는 것이다.

결정적 계기는 부정선거

그러나 이날 사태의 접적 계기는 지난 2일 실시된 총선에서의 대규모 부정 의혹이다.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에 대한 신임 투표 형식으로 진행된 지난 총선의 출구 조사에서는 야당의 득표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개표 결과 이와는 반대로 여당의 승리로 나타나자 국민들은 분노했고, 집권 여당 측이 조직적인 부정 선거를 자행했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야당과 국민은 선거 부정 책임자 처벌 새 총선 실시 대통령 사임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셰바르드나제는 이에 무시하고 정면 대응에 나서자 최근까지 트빌리시에는 수 만 명이 모여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를 벌여왔다.

셰바르드나제 어떻게 되나

셰바르드나제가 앞으로 대통령직을 고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정부패로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데다 부정 선거 시비로 결정타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사퇴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그것은 헌법의 틀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사임 가능성을 내비쳤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부정을 저지른 사람에게 책임을 묻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 셰바르드나제는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75)는 구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 재임시절 외무장관으로 동서 냉전체제를 허무는 데 기여했다.

1992년 출신지인 그루지야의 독립과 함께 국가안보위원회 서기에 취임, 실질적 국가 지도자로 부상한 그는 내전 당시 국가 분열 위기를 극복,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 받았다.

95년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 및 경제 체제를 서구식으로 바꾸는 등 야심찬 개혁을 추진했지만 국민의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으로써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95년과 98년에는 암살 위기를 모면했다. 2000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민심이반이 가속화하면서 동료 정치인들도 그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김이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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