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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소득 2만불 목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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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소득 2만불 목표 유감

입력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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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수의 기업인 존슨앤존슨은 다음과 같은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을 채택하고 있다.<우리 회사의 첫 번째 책임은 의사, 간호사와 환자, 우리제품을 사용하는 어머니들과 그 밖의 모든 소비자들에게 있다. 이들의 니즈(needs)를 만족시키기 위해 활동은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또 적정가격의 제품을 공급하기 회사는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해야 하며, 원료납품업자와 제품판매업자는 우리와의 거래를 통해 공정한 이윤을 남길 수 있어야>

존슨앤존슨은 이어서 직원들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직원 개인의 인간존엄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직원들은 고용안정을 누려야 하며, 금전적 보상은 공정하고 적절해야 근무환경은 청결하고 안전해야 자격을 갖춘 직원들에게는 공평한 고용과 승진의 기회가 주어져야 회사는 직원들을 위해 유능한 경영자를 확보해야 직원들의 행동은 정당하고 윤리적이어야>

세 번째로 존슨앤존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회사는 선량한 목적이 있는 사회활동이나 자선활동을 지원하고, 공정한 몫의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지역공동체와 국제사회에서 훌륭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 또한 회사는 환경과 자원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끝으로 존슨앤존슨은 주주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고 있다. <회사의 맨 마지막 책임은 주주들에게 있으며, 이를 위해 회사는 적정한 이윤을 남겨야 한다. 연구개발 활동과 기술혁신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노력할 것이며, 이에 따른 실패의 결과도 감수할 것이다. 또 어려운 시기에 대비하여 이윤의 일부를 유보할 이러한 경영원칙을 따르면 주주들은 투자수익을 보장 받게 될>

경제학도나 경영학도들은 기업의 목표가 이윤의 극대화 혹은 주주를 위한 기업가치의 극대화라고 배운다. 이러한 가르침에 익숙해져 있던 필자는 존슨앤존슨의 행동강령을 처음 대할 때 매우 신선한 감동을 느꼈다. 이후 필자는 주주를 위한 이윤의 극대화라는 물질적 가치에 앞서 소비자와 거래회사의 권익, 직원들의 복리, 그리고 사회적 책임과 같은 정신적이고 윤리적인 가치를 강조한 존슨앤존슨을 다시 보게 되었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에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비전으로 제시하였다. 우리 경제가 지금 보다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해야 한다는 소망을 담은 것으로서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할만한 목표이다. 그러나 목표달성 가능성은 차치하고, 과연 국민소득 2만 달러가 국가적 목표로 제시될만한 가치가 있는지 재고하게 된다.

절대빈곤에 시달리던 1960년대라면 모를까 선진사회로의 진입을 원하는 국가의 목표로서는 매우 부족한 감이 있다. 지금보다 두 배로 늘어난 물질적 풍요가 반드시 정신적 풍요나 삶의 질을 두 배로 높여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경제적 풍요를 이룬 후 정치적 부패, 경제적 불공평, 윤리와 도덕의 파괴, 계층간 갈등, 환경파괴, 가정의 붕괴, 물질만능주의로 인한 가치관의 도착, 성적 타락의 심화로 삶의 질이 오히려 떨어진다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존슨앤존슨과 같은 일개 기업의 목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더 중시하는데 한 국가의 목표야 더 말할 나위가 있으랴. 이제는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기는 국민소득 2만 달러 같은 목표보다는 정신적 가치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공무원과 정치인의 청렴도, 기업경영투명성, 국민의 도덕수준과 준법정신은 세계 1등, 환경오염, 교통사고사망률, 이혼율, 자살률, 술 소비량, 성적 타락을 부추기는 접대유흥문화는 세계 최하위 등과 같은 국가적 비전이 논의되는 것을 필자는 고대한다.

정 운 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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