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정주부 J(28)씨는 얼마 전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남자와 단 한 번의 불장난을 했다가 남은 인생을 평생 후회하며 살게 됐다. 남자에게서 성병을 옮겨왔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이혼을 요구하고 나선 것. 한 때 주춤하던 성병이 다시 창궐하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최근 2001년 1월에서 2003년 8월까지 클라미디아(비임균성 요도염) 감염 여성이 803% 늘어났고, 매독 감염도 96.4%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최근 3년간 전체 성병 감염 여성 가운데 20대가 74%를 차지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성병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남성의 무책임이 성병 확산
성병 환자의 80%는 20∼30대. 성병이 급증하는 것은 성병에 무지한 젊은이들이 대책 없이 성 관계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은 성병에 걸려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병을 전파하게 된다.
남성의 무책임도 성병 확산에 한 몫하고 있다. 남성은 비교적 증상이 뚜렷해 감염되면 치료를 받지만 성 파트너에게는 대부분 함구하기 때문에 여성은 성병을 치료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남성이 치료하더라도 증상이 없어 치료하지 않은 여성과 다시 성 관계를 가진 뒤 다시 성병에 걸리는 '핑퐁식' 악순환을 겪게 된다.
클라미디아는 남녀 모두에게 직장염, 요도염, 각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대부분의 남성은 감염된 지 2∼3주 뒤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여성은 감염돼도 아랫배 통증, 분비물 증가 등 비교적 증상이 가벼워 감염을 알아채기 쉽지 않다.
클라미디아에 감염된 임산부가 아이를 낳으면 산도(産道)를 통해 신생아가 각막염과 폐렴에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또 감염을 방치하면 골반염, 방광염, 자궁경부염이 생겨 자궁외 임신이나 불임이 될 가능성도 높다. 물론 항생제로 나을 수 있지만 세균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치료 받아야 하며, 치료 후에도 재검사해야 한다.
임질은 남녀 모두에게 발병하는 가장 흔한 성병. 여성에게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 클라미디아와 비슷하다. 남성은 임질균에 감염됐을 때 1주일 내에 요도에서 분비물이 나오거나 따갑고 자주 소변이 마렵다.
그러나 젊은 여성은 증상 없이 요도 뿐만 아니라 자궁난관까지 감염되고 골반염이 생겨 불임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드물게 증상이 나타나는 여성에게는 10일 안에 성관계시 통증, 소변볼 때 따갑고 아픈 증상, 아랫배 통증이 있고 질에서 피가 날 수도 있다. 임질 역시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때를 놓치면 산도를 통해 감염돼 태아가 실명하기 쉽다.
클라미디아 다음으로 발병 증가율이 높은 매독은 초기에 피부 궤양이나 발진이 생기다 2년, 길게는 30년 뒤에까지 심각한 신체장애를 낳는 무서운 성병으로 심하면 사망한다. 여성의 출산에도 악영향을 미치긴 마찬가지. 보균자가 임신하면 유산되거나 기형아를 낳을 수 있다. 아기가 태어나도 2개월 내 사망할 확률이 높다. 매독은 초기에 페니실린으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청소년 헤르페스 확산
청소년들 사이에 급속히 번지는 성병은 헤르페스(음부 포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헤르페스 감염이 2000년 5,900명, 2001년 6,800명, 2002년 7,000명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역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발견이 어렵다는 점. 헤르페스 감염자 중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40%에 불과하다. 헤르페스에 감염되면 성기 및 항문 주위에 물집이 생기거나 가렵고 찌릿찌릿한 느낌이 든다. 헤르페스는 한 번 감염되면 완전 퇴치가 어려워 과로나 음주 후 만성적으로 재발한다. 따라서 대증(對症)치료도 중요하지만 면역력을 높여 재발을 막는 것이 가장 좋다.
부적절한 관계 후 검사해야
모든 성병은 세균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접촉이 없으면 전염되지 않는다. 임질, 클라미디아는 분비물로 검사할 수 있다. 유전자(PCR)검사는 소변이나 분비물에 포함된 세균의 DNA를 분석해 세균을 찾아낸다. 매독이나 헤르페스는 혈액검사가 대표적. 감염돼 항체가 생긴 뒤에 검사해야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다. 성병 예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 성병은 한 번 걸린다고 해서 면역력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같은 성병에 또 걸릴 수 있다. 직접적인 성관계가 아니라도 분비물이나 타액으로도 감염될 수도 있다. 특히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여성의 경우 각별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 성모병원 조용현 선릉탑비뇨기과 하태준 원장>도움말=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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