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로 가득찬 문화의 거리이자 때로는 시위로 혼잡한 서울 대학로. 이 곳 한복판 한국방송통신대 캠퍼스 안에는 방송대 학생들은 물론 대학로를 거닐다 잠깐 휴식을 취하려는 시민들이 자주 찾는 장소가 있다. 바로 무성한 등나무와 옛스러운 벤치들이 멋지게 어우러진 '등나무 벤치'(사진)이다.1972년 방송대가 한국 최초의 평생교육기관으로 개교한 이래 등나무 벤치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휴식공간으로서 변함없이 사랑 받고 있다. 방송대도 이 점을 의식해 지속적인 보수작업을 해오고 있다.
5년 전 방송대를 졸업한 박지희(27·여)씨는 "등나무 벤치는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정겨운 장소로 기억되는 곳"이라며 "낙엽을 보며 차를 한잔 마시거나 독서하는 기쁨은 정말 일품이었다"고 말했다.
대학로에 점차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최근에는 방송대 학생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열린 쉼터' 역할도 하고 있다. 주말에 연극 구경을 위해 대학로를 자주 찾는다는 강호석(29)씨는 "등나무 벤치는 번잡한 마로니에 공원을 피해 '무료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장소"라며 "이름만 남은 대학로에서 가장 캠퍼스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최근 등나무 벤치는 누렁이 한 마리가 새끼 5마리를 낳는 바람에 생명을 잉태하는 장소로도 회자됐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