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투자증권(현투)의 해외매각이 임박한 가운데 정부가 투신사에서 증권사로 간판을 바꿔 단 '전환증권사'의 인수합병을 강력 추진할 방침이어서 투신권에 구조조정의 태풍이 휘몰아칠 조짐이다.5대 전환증권사 구조조정 소용돌이
23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한투)과 대한투자증권(대투), 동양오리온투자증권 등 3개사의 부실금융기관지정(적기시정조치) 유예기간이 12월 3일로 종료되는 등 전환증권사의 구조조정 시한이 임박하고 있다.
여기에 푸르덴셜이 인수를 추진 중인 현투와 제일투자증권(제투) 역시 내년 2월로 적기시정조치 유예가 끝난다. 해외 매각이 결정된 전환증권사는 자연스럽게 적기시정조치 문제가 해소되지만 나머지 회사의 경우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모면하기 힘든 상태. 정부와 각 전환증권사들이 해법 찾기를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한투와 대투의 경우 '공적자금 추가투입 후 매각'으로 해법의 가닥을 잡았다. 대통령을 위시해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한투와 대투문제를 연내에 정리하겠다고 공언해 온 만큼 현투매각 본계약 이후 곧바로 구체적인 처리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그룹이 56.22%의 지분을 갖고 있는 동양오리온은 금융당국에 '적기시정조치 시한연장'을 요구하며 지분 해외매각 등을 포함한 자구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를 통해 외자유치 작업도 병행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투신권의 부실이 정부의 시장안정조치에 부응한 데서 비롯된 만큼 한투나 대투처럼 공적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상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제투는 푸르덴셜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현투 매각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일단 경영권이 푸르덴셜로 넘어간 뒤 중장기적으로 현투에 흡수 합병될 가능성이 높다. 현투와 제투가 합쳐지면 수탁고 기준으로 삼성투신운용을 제치고 투신업계 1위로 올라서게 돼 중소형 투신사들의 이합집산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투·대투 3조∼4조원 공적자금 투입
정부의 투신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이미 7조7,000억원대의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투와 대투에는 또다시 대규모 공적자금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4년도 만기도래 예보채 상환기금채권 국가보증 동의안' 수정본에 따르면 내년에 한투와 대투 구조조정에 필요한 공적자금 규모가 3조∼4조원으로 잡혀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투신권 구조조정 방안의 윤곽이 드러남에 따라 (공적자금 투입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했다"며 "정확한 금액은 실제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사 결과와 매수자와의 협상 결과 등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투와 대투 역시 공적자금 투입 이후 해외매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태. 이 경우 현투와 제투 등에 이어 국내 투신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5개 전환증권사의 주인이 모두 외국사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 이어 간접시장의 주도권 역시 외국인에게 넘어가는 것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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