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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국방부의 國防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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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국방부의 國防觀

입력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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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국방관(國防觀)은 무엇인가. 국방이란 납세나 교육과 같은 국민의 의무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나. 국군전사자나 포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국민의 의무를 다 하려다 불행한 일을 당했으니 유감이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나.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한 국군포로 전용일(72)씨가 국방부의 명단확인 소홀로 북송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은 대한민국을 부끄럽게 한다. 전사자나 포로를 그렇게 대우하는 나라가 어떻게 문명국 행세를 하겠는가.

국방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방부는 전용일씨에 대한 주중 한국대사관의 신원확인 요청을 받고 포로 명단을 살펴본 후 그런 이름이 없다고 통보했다. 전사자 명단까지 살펴 볼 성의는 없었다. 전용일씨의 이름은 귀환한 다른 포로들이 그랬듯이 전사자 명단에 있었다.

전사자냐 포로냐는 분류가 애매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곳이 국방부다. 한국전쟁 포로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가장 흥분해야 할 곳도 국방부다. 흥분은커녕 포로명단에 그런 이름이 없다고 덮어버린 차가운 무관심, 국록을 먹는 자의 직무유기가 놀랍다.

국방부의 무성의는 사회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국방이 국민의 신성한 의무란 말은 교과서에나 있지 실감하기는 어렵다. 병역의무는 전시에나 평화시에나 서민과 중산층 위주로 감당해 왔다. 특권층과 병역기피는 동전의 앞뒤처럼 항상 붙어 있었다.

전사자는 영웅대접을 받지 못하고,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은 비인간적인 막사에서 돌아눕지도 못할 만큼 비좁은 잠자리를 견디고 있다.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고 자랑스런 것이라는 인식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리 현실이다.

군 실종자를 찾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 우리는 자주 이야기하지만 본받지는 않고 있다. 미국정부는 군 포로나 실종자의 유해를 찾아올 수 있다면 지구 끝까지라도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노력을 통해서 국방의무의 신성함을 지켜나가고 있다.

국방부 내 포로 및 실종자 담당국은 미군 실종자에 대한 정보 수집과 신원 파악, 송환 등에 예산을 아끼지 않고있다. 1976년 하와이에 세워진 육군중앙신원확인소는 DNA감식 등 첨단시설을 갖추고 전문 해부학자와 인류학자들이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건물에는 "우리는 당신들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란 레이건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 구절이 새겨져 있다.

2차 세계대전, 한국전, 월남전, 그 밖의 여러 분쟁지역에서 실종된 미군 포로와 전사자 유해를 찾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에서 희생된 미군의 유해를 송환하기 위해 현금이 가득 든 가방을 들고 판문점을 오간 적도 있다.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룬 우리나라는 전사자 등 전쟁의 희생자들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가 곳곳에 남아 있다. 유해를 찾아 지구 끝까지 갈 필요도 없는데, 왜 우리나라의 희생자들은 반세기가 지나도록 이름 없이 땅속에 버려져 있어야 하나.

국군포로 전용일씨는 키가 크고 몹시 말랐다. 중국당국에 체포되기 전 TV카메라에 찍힌 그는 부인의 손을 잡고 휘적휘적 걷고 있다. 허무한 모습이다. 한국전에 끌려나갔던 스무 살 청년이 칠십이 넘어 고향에 돌아오려는데, 정부는 그를 모른다고 했다. 색안경과 중절모를 쓰고 있는 그의 얼굴은 무표정한 것 같기도 하고, 통곡을 삼키고 있는 것 같기도 한다.

전용일씨는 다행히 북송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정부는 뒤늦게 "한국인이 분명한 전씨를 중국이 북송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여권위조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귀국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전용일씨,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우리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국방부의 이번 실수는 국방부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국방의 신성함을 말로만 주장하지 말고 행동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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