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KCC(금강고려화학) 명예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과 관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을 갈등의 당사자로 지목하고 '직접 담판 '의사를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22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정인영 한라그룹 전 명예회장의 부인 김월계씨의 장례식이 끝난 뒤 "분쟁 당사자는 나와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인) 김문희씨인 만큼 현 회장은 만날 필요가 없고 둘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이번 사태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이르면 보름, 한달 사이에 매듭지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김씨와) 정리가 되면 현 회장과 만나 함께 기자회견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CC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 명예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소송에서 이긴 뒤 김씨와 만나 표 대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논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그러나 "김문희씨는 보유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18.93%)을 즉시 현 회장에게 넘겨줘야 하며 그 다음에야 김씨와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조건'을 다는 등 김씨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음을 보여줬다. 특히 "그 아이(현정은 회장)는 우리 며느리로 싸울 생각이 전혀 없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가 감싸줘야 한다" 고 말해 현대 경영권 분쟁이 '현대가'와 '비(非)현대가' 사이의 대립 구도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조카 며느리를 다독여야 할 처지인 내가 왜 미워하겠느냐"며 "문제는 이번 사태를 뒤에서 좌지우지하는 김씨에게 있으며 그 아이가 정씨 가문 사람으로 제자리를 찾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측은 23일 "김 이사장은 의결권 등 대주주의 권한과 책임을 모두 현 회장에게 넘겼다"며 "(증여에 따른 세금 문제 등) 법적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현 회장이 사실상 대주주라 김 이사장이 나설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과 김 이사장이 서로 앙금을 풀기 위해 대화하는 건 모르지만 경영권 문제를 논의한다면 김 이사장이 경영에 간섭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정은 회장도 22일 장례식에 참석했지만 정 명예회장과의 '대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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