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56·여)씨는 평소 조금만 신경을 써도 뒷목이 뻐근하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등 고혈압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혈압을 측정해 본 결과, 예상외로 최고(수축기) 혈압이 137㎜Hg여서 안심했다. 그런데 담당 의사는 이는 '고혈압 전단계'로 안심할 수 없다며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라고 권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 주간'(12월 첫째 주)을 맞아 수축기 혈압 120∼139㎜Hg인 '잠재 고혈압 환자'들의 철저한 관리를 강조했다.고혈압 기준?
고혈압은 심장이 수축해 혈액을 심장 밖 혈관으로 밀어낼 때의 압력(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 심장이 확장해 혈액이 혈관에서 유지될 때의 압력(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다.
그 동안 140/90㎜Hg 이하는 '정상 혈압'으로 분류했는데 올 5월 미국 국립 심장·폐·혈액연구소 산하 미국고혈압합동위원회가 이 수준을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하는 등 고혈압 기준을 강화했다. 이 달 1일 광주에서 열렸던 대한고혈압학회 추계대회에서도 이 같은 미국의 새 지침을 지지하고 나섰다. 대한고혈압학회 배종화(경희의료원 순환기 내과 교수) 이사장은 "기존에 '높은 정상'으로 분류됐던 수축기 혈압 120∼139㎜Hg인 사람은 대체로 고혈압으로 악화되기 때문에 새 지침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상치를 웃도는 정상 혈압자들이 관리소홀로 인해 고혈압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않다. 특히 고혈압 기준치에 근접한 정상혈압(수축기 혈압 120∼139㎜Hg, 이완기 혈압 85∼89㎜Hg)은 혈압이 조금만 상승해도 고혈압이 될 우려가 높다. 또 혈압 측정시 일어날 수 있는 오차로 인해 고혈압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정상혈압으로 분류될 가능성 크다는 것. 따라서 수축기 혈압이 130∼139㎜Hg 인 사람은 고혈압 전단계라는 사실을 인식해 예방에 나서야 한다.
고혈압 전단계 왜 위험?
고혈압 전단계가 위험한 것은 이들도 출혈성 뇌졸중, 대동맥해리(동맥 파열로 피가 흘러나오는 것), 폐부종 등과 같은 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 또한 혈관 수축작용을 하는 교감신경과 레닌-안지오텐신계의 활성화로 인해 동맥경화가 일찍 시작돼 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 클로드 랑팡 소장은 "혈압이 115/75㎜Hg를 넘어서면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이 올라가기 시작해 130/85㎜Hg에 이르면 발병률이 2배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조선대 의대 순환기내과 홍순표 교수는 "우리나라에 미국처럼 광범위한 고혈압 연구는 없지만 미국의 연구결과를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양인들은 하루 염분 섭취량이 6∼7g인데 비해 한국인은 10∼12g으로 거의 두 배나 높아 고혈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또한 고혈압 전단계인 사람은 고혈압으로 악화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떻게 관리하나
고혈압 전단계이면 장기가 손상된 사람이나 심장혈관질환자는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머지는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혈압을 적정한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 한양대병원 순환기내과 이방헌 교수는 "생활요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감량과 저염식"이라며 "연구 결과 고혈압 전단계인 사람이 체중감량과 저염식을 했을 경우 6개월째부터 혈압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하루에 섭취하는 소금의 양을 6g 이하로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비만인 사람은 표준 체중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급한 성격이나 흥분, 근심·걱정·불안·정신적 충격 등은 혈압을 높이므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나친 운동이나 과음, 과식, 흡연도 삼가야 한다. 특히 술은 하루 20㎖이하(맥주 1병, 소주 2잔)로 마셔야 하며, 여자와 체중이 가벼운 사람은 그 절반만 마셔야 한다.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를 통해 칼슘, 마그네슘 등과 같은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좋다.
한편 혈압 측정시 자세, 장소, 정신적인 긴장상태에 따라 달리 측정될 수 있으므로 2∼3일 간격으로 일정한 시간, 특히 오전에 2회 이상 측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혈압이 높지 않더라도 고혈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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