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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복수정답 인정되면/再채점 불가피… 大入일정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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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복수정답 인정되면/再채점 불가피… 大入일정 차질 우려

입력
2003.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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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수능 언어영역 17번 문제의 복수정답이 인정될 경우 대학입시 일정 차질은 물론 수능 신뢰도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23일 복수정답 인정 가능성이 전해지자 "평가원장이 최종 결정할 사항이지만 난감하게 됐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대입시험 사상 처음으로 복수정답이 인정될 경우 다시 채점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먼저 입시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다. 평가원은 5일 수능이 끝난 이후 응시자 63만9,000여명이 제출한 답안지 280만여장에 대한 채점에 들어가 22일까지 채점을 모두 끝내고 검증과 원점수·표준점수·백분위 계산 및 통계처리, 성적통지표 인쇄 등의 과정을 거쳐 내달 2일까지 개인별로 성적을 통지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재채점을 할 경우 개인별 성적 통보가 늦춰질 수 있는 등 모든 일정이 틀어지게 된다. 평가원측은 이에 대해 재채점은 언어영역만 하면 되고 이를 나머지에 합산하면 되므로 일정을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평가원 이범홍 수능본부장은 "시간당 답안지를 2,000여장 읽어낼 수 있는 광학마크판독기가 25대가 가동되고 있어 밤샘작업을 한다면 일정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영역 복수정답이 인정되면 오답시비가 함께 일었던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문제에 대한 재채점 요구도 불을 보듯 뻔해 대혼란이 예상된다. 사회탐구 영역 67번과 71번 두 문제가 오답시비에 올라 인터넷 카페 등에 수험생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평가원측은 "이들 문제는 전문가들에게 물어본 결과 정답을 바꿀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입시관계자는 "오답 논란은 이제 타당성을 넘어 집단 심리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다른 학생과 학부모들이 계속 물고늘어질 경우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복수정답이 인정될 경우 수능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이다. 수능 10년 역사는 물론 이전 학력고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복수정답 인정과 재채점은 유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학원강사 경력을 가진 교수가 출제위원에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능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바 있다.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할 수능시험에서 이 같은 허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교육당국의 총체적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수능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의 목소리가 잇따를 전망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 수능 17번 문제는

수능 언어영역 17번 문제는 백석 시인의 시 '고향'과 그리스 신화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을 제시한 뒤 '고향'에 등장한 '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요소를 찾는 문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제시된 5개 보기 중에서 정답은 3번 '미궁의 문'으로 발표했으나 수능 직후 서울대 최권행 불문과 교수가 5번 '실'이라고 이의를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학계 및 국어 및 언어영역 입시전문가, 수험생 사이에 오류가 지적됐다.

이들은 '미궁의 문'은 나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괴물 세계로 들어가는 곳이기도 해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평가원측은 백석의 시에서 '의원'은 고향으로 가려는 목적을 가진 시인을 도와주는 것으로 정답은 '미궁의 문'이 맞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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