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로 한 아주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버섯이 암 환자한테 좋다는데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연락처를 알 수 있나요?""그건 약이 아니라 건강식품인데요?""예. 하지만 어떡합니까, 말기라서 약도 안 듣는는데…. 이거라도 한번 먹여 봐야지요." 약도 안 듣는 말기 암 환자에게 버섯식품이 가당하냐는 생각이 굴뚝 같았으나 '마지막 희망'이라는데 어쩌랴.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팀이 30세 이상 성인 392명에게 건강보조식품에 대해 조사한 결과도 비슷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응답자의 79.6%가 건강보조식품은 '질병치료에 효과가 없다'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그랬으면서도 이와 비슷한 수치인 83.2%가 그래도 '병에 걸리면 복용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몸에 좋은 식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식품은 시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가 거부감도 없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엄밀한 임상시험을 거친 약과 치료법을 놔두고 약효도 입증되지 않은 식품에 연연하는 것은 거의 임진왜란때의 의식 수준"이라고 비꼬았다. 그저 1만원 안에서 사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면야 무슨 문제가 있을까. 그러나 한달분 99만원에 6개월은 먹어야 한다는 건강보조식품을 보면 남이 먹는 것만 봐도 마음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한 약대 교수는 "담배 피우지 말고 운동 꼬박꼬박하고 균형 있게 먹으라고 말하면 대다수가 고개를 돌리지만 '매일 한 알씩 먹으면 암을 막는다'고 영양제를 광고한다면 아무리 비싸도 사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몸에 나쁜 버릇을 고치라면 "그냥 이렇게 살지 뭐"라고 반응한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걸어 오르라는 충고는 거의 고문이다. 이런 사람은 십중팔구 '술 한잔의 잘못을 검은 콩으로 속죄하고, 기름진 음식을 우겨먹은 잘못은 비타민으로 씻으면 되는데, 뭘 사서 고생하는 거야'라는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의사들이 보는 우선순위는 다르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몸에 좋은 식품보다 고른 영양섭취가 중요하다. 이보다 더 앞서야 할 것은 금연과 과도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환자의 심정이라면 몰라도 제대로 된 건강상식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때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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