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 대학, 유명인사까지 이공계 살리기에 나선 가운데 이 분야 인력 양성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 장관이 21일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 언론이 과장한 것'이라고 밝혀 거센 비난을 받고있다. 이날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이공계 대학 육성을 비롯한 대학 경쟁력 강화방안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과기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으로 의미가 퇴색했다.박호군 과기부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조찬모임에서 '차세대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과학기술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 같이 언급했다.
박 장관은 "언론에서 자극적인 것을 찾아 전하다 보니 이공계 기피 현상과 관련된 위기의식이 과장됐다"며 "단순한 숫자에 집착,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 이공계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낙담시키고 회의감까지 주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기부의 과학기술인력양성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이날 모임에서 박 장관에 대한 질의를 통해 "이공계 기피현상은 점차 심화하고 있으며 최소한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8일 서울대 사상 최초로 이공계대학 입학설명회를 개최했으나 방문객이 당초 예상했던 1,500명의 3분의 1 수준에 그쳐 썰렁한 분위기였다. 또 올해 서울대 공대 정시모집 등록률은 82.9%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지난해(81.7%)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자연대도 79.1%에 그쳐 서울대 전체 등록률 86.9%에 크게 못미쳤다. 이공계의 간판대학이라는 KAIST도 올해 1학기 동안 재학생의 14%인 415명이 휴학했다.
한편 이날 박 장관의 조찬강연에 배포된 참고자료도 과기부의 안이함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과기부가 외국 연구개발(R& D) 센터 국내 유치를 위해 만든 영어 홍보책자에 동해가 버젓이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돼 있어 말썽을 빚었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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