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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 수도권 5일장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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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 수도권 5일장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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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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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짐 등짐 짊어지고 고개너머 개울 건너 물산이 모이는 5일장. 침 "퉤퉤" 꼬깃꼬깃 지폐를 세고 한 주먹 덤으로 얹어주는 장돌뱅이 인심은 깔끔한 제복과 상냥한 웃음, 정량 정가를 고집하는 대형할인점과는 그 맛부터 다르다. 대형할인점에 밀려 시들하지만 여전히 5일마다 장을 열어 약속을 지키는 곳이 수도권엔 많다. 물건보다 정겨운 살 냄새를 파는 5일장을 찾아 알뜰한 월동 준비도 하고 아련한 추억 여행도 떠나보자.김장준비 하고 놀기에도 안성맞춤 안성장

조선시대 대구장 전주장과 함께 3대장으로 불린 안성장은 매달 2와 7로 끝나는 날 선다.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 등 삼남지방에서 한양에 오르는 지방의 상품과 사람들이 몰려 들어 '이틀이레 안성장에 팔도화물 벌일 렬(列)'이란 천자문 풀이와 '안성장은 서울 장보다 두세 가지가 더 난다'는 속담이 생길 정도로 상품의 종류가 많고 값도 쌌다.

유구한 역사는 여전히 남아 현재 장은 안성 시외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연지로터리에서 도기동 다리까지 Y자 형태로 늘어서 길이가 1.5㎞에 이른다. 자로 잰듯한 안성맞춤 '모춤유기(鍮器)'와 안성포도뿐 아니라 갖가지 김장용 채소와 보리 콩 고구마 등 농산물이 장날이면 어김없이 투박한 농부들의 손에 들려 선보인다.

물건 사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장 구경은 역시 사람 구경. 나물 좌판 할머니, 고무줄을 치렁치렁 매단 고무줄 할아버지, 이태리 타올 아줌마, 강원도 약초 노인, 리어카카페 마담 등 상인들도 다양하다.

장 주변엔 둘러볼 곳도 많다. 안성맞춤박물관(031―676―4353)과 안성유기장은 놋을 때려 유기를 만드는 법과 안성 유기의 변천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남사당 전수관(031―675―3925)에선 여성 최초로 꼭두쇠에 오른 여사당 바우덕이(김암덕)을 기려 매달 넷째 주 토요일 남사당놀이를 펼친다. 거꾸로 세운 듯한 건물이 눈길을 끄는 아트센터 마노(031―676―0756)에선 다양한 전시회가 열린다. 자동 돔을 갖춘 천문대(031―677―2245)도 있다.

있어야 할건 다 있는 모란장

매달 4,9로 끝나는 날 서는 모란장은 규모나 가격면에서 전국 으뜸이다. 모란장은 성남시 중원구 대원천 하류 3,300여 평(길이 350여m, 폭 30m) 복개지 위에 터를 잡았다. 등록 상인은 1,000여명이지만 노점상과 좌판, 보따리상 등을 합치면 2,000여명이나 된다.

1962년 평양 출신 김창숙 전 광주군수가 재향군인의 자립을 위해 평양 모란봉을 따 '모란'이란 마을을 짓고 장을 세운 게 시작으로 몸체가 커져 90년 지금 자리로 옮겼다.

품목별로 13개 구역이 나뉜 모란장은 보리 콩 등 잡곡, 굼벵이 등 한약재와 튀긴 개구리, 토끼, 애완견까지 파는 만물상이다. 수도권 시세를 결정한다는 고추는 1근(600g)에 6,000∼7,000원, 모란장 하면 빠져선 안 되는 개고기는 1근에 3,000∼4,000원이다. 자칭 '고급 메리야스'도 50∼60% 할인이다.

최근엔 애견부가 큰 인기다. 애완견 순종 수컷 1마리가 10만원 선에 거래돼 가게세가 비싼 서울의 반값이다. 상인 명함을 챙겨두는 건 기본.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워낙 붐비고 단속도 엄하다. 기왕 나선 장길 경운기 얻어 타던 기억을 떠올리며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지하철 3,8호선 모란역 5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장이 펼쳐진다.

임금님 먹던 김포쌀 유명한 김포장

매달 2,7일로 끝나는 날 열리는 김포장(1,500평)의 특산물은 임금 수라상에 올랐다는 김포쌀로 도심보다 2∼3% 싸다. 쌀눈 1㎏에서 140g 나오는 쌀눈기름은 귀하기도 하려니와 칼슘 철 비타민 등이 풍부하고 첨가물도 없어 건강식품으로 인기다. 올방개묵은 논에 기생하는 구근류로 만든 묵으로 시원한 동치미와 잘 어울린다.

김포공항 방향 88올림픽도로에서 48번 국도를 따라 강화쪽으로 가다 김포터미널로 들어서면 된다.

이밖에도 강화장(1,6일) 가평장(5,10일) 일산장(3,8일) 파주 조리장(2,7일) 평택 안정장(3,8일) 등이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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