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 테러전으로 수면 아래 잠복해 있었던 오사마 빈 라덴의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9·11 이후 2년여만에 다시 전면에 나섰다.영국 런던에서 발행되는 사우디계 신문 알 마잘라는 21일 알 카에다가 "전날 2건의 이스탄불 자폭테러는 우리의 소행"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알 카에다는 메시지에서 "일본군이 이라크에 발을 딛는 순간 도쿄의중심부를 타격할 것"이며 이라크 주둔 미군도 "더욱 많은 병원과 묘지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알 카에다는 또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이 끝나는 다음 주부터 내년 2월 중순 사이에 대대적인 작전을 준비중"이라고 예고했다.
서방국들도 20일과 지난 15일의 이스탄불 연쇄 테러를 알 카에다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테러는 특히 9·11 당시 세계무역센터(WTC)처럼 영국경제의 상징인 HSBC 은행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9·11 이후 각종 테러와 알 카에다의 연계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최근 잇단 테러는 수법과 시기, 목표물 선정 등에서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주도면밀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진짜' 알 카에다의 소행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백악관은 이번 테러 배후에 구체적 언급을 아꼈지만 "알 카에다가 연계됐다 해도 놀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알 카에다가 미국이나 영국 본토에 9·11과 같은 대규모 테러를 자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직 역부족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서방의 목표물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확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일 미국 CNN 방송이 입수, 보도한 '유엔 알 카에다 및 탈레반 제재위원회(QTSC)' 보고서는 "알 카에다가 견착식 대공 미사일로 군 수송기를 공격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생화학 테러를 감행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우려하는 생화학 테러를 "기술상의 문제 때문에 당장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을 뿐 결국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알 카에다가 다시 발호하는 데는 이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도 언급됐지만 이라크를 비롯한 아랍권의 자선단체들과 기업, 마약조직의 자금이 알 카에다에 '비옥한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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