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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자 이야기

입력
200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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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로빈슨 지음·박재욱 옮김 사계절 발행·2만2,500원

문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문자가 없었다면 역사를 기록할 수도 없었고, 문명을 발전시키지도 못했다. 선사, 역사시대의 구분도 문자가 기준이 된다. 인류는 어떻게 문자를 만들어내고 썼을까. 또 200년 전까지만 해도 전혀 읽을 수 없었던 상형문자와 설형문자를 어떻게 해독해냈을까.

'문자 이야기'는 인류의 다양한 문자의 탄생과 함께 베일에 가려있던 문자들의 해독과정을 수수께끼 풀어가듯 추적한 책이다. 첫번째 대상은 이집트의 상형문자다. 1799년 프랑스 학자들이 발견한 이집트의 로제타 석은 상형문자의 비밀을 푸는 결정적인 열쇠였다. 그들이 밝혀낸 고대 이집트 문자의 근본 원리는 단어와 개념을 표현하는 기호로서의 '표어문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음성기호 또는 '표음문자'의 혼합물이었다. 예컨대 왕들의 무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팡이는 '지배자'를 의미하고, 반원과 병아리는 각각 t값과 w의 음가를 가진 알파벳 방식의 표음문자이다.

잉카인들은 문자를 사용하지 않고도 위대한 문명과 제국을 일으켰다. 그들이 사용한 것은 밧줄과 끈의 매듭인 '키푸'였다. 이들은 물품의 이동과 숫자를 매듭으로 기록하고 관리했다. 각 마을의 매듭 관리자들이 매듭을 만들고 해석하는 일을 맡았다. 고도의 수학이 필요한 건축과 천문학 지식도 이렇게 축적했다니 놀랍다. 이러한 방식은 16세기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도착한 후에도 얼마간 유지됐다.

마야의 상형문자는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그 의미가 풀렸다. 이를 통해 학자들은 마야인들이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전쟁을 했고, 지배자들이 관장(管腸) 기구를 이용해서 환각성 또는 알코올성 액체를 주입한 후 즐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해독할 수 없는 문자들이 많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발견된 에트루리아 문자나 파키스탄·인도 서북부에서 나온 인더스 문자 등은 그 의미를 알 수 없다. 특히 모헨조다로 도시 주거지에서 발견된 석제 인장과 도기, 동판 등에 적힌 3,500개의 금석문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이 책에는 한글에 대한 설명도 있다. 저자는 "한국의 알파벳이 정확하게 연대를 추정할 수 있는 드문 사례"라며 "문자의 발명과 채택에 관한 이야기는 매혹적이고 교훈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안해 공식적으로 사용하라는 포고령을 내렸지만 식자층의 완강한 저항을 받아 500년이 넘도록 한자를 몰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0여 컷이 넘는 생생한 사진자료와 그림을 통해 상형문자 등 문자 하나하나에 대한 의미와 구성을 살펴볼 수 있게 한 것은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다. 곳곳에 전문적인 용어와 난해한 내용이 섞여있어 책장이 쉽게 넘어가진 않지만, 문자 해독을 위한 학자들의 노력과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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