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산 역해 신서원 발행·전12권 ·각 1만원
'삼국지'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중국 고전이다. 그러나 정작 중국인들은 삼국지보다 '열국지(列國志)'를 더 높이 평가한다. "중국인의 행동과 정신을 이해하려면 열국지를 읽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손자, 오자서, 진시황 같은 영웅호걸과 노자, 공자, 맹자, 상앙, 한비자, 장자 등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이 난세를 헤쳐나간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열국지는 주(周)나라가 이방 민족인 견융에 쫓겨 낙양(洛陽)으로 도읍을 옮긴 후 시작돼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기까지 550년 간의 춘추전국 시대를 그린 역사소설이다. 명나라 말기의 문장가 풍몽룡(馮夢龍)이 민간에 전해져오던 판본을 개작해 현재의 형태로 완성했다.
국내에서는 한학자 김구용이 옮긴 '동주 열국지'와 소설가 유재주의 '평설 열국지' 두 종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산 열국지'는 40년 넘게 중국 고전을 공부해온 한학자 최이산(68)씨가 앞서 나온 책들의 오역과 인명·지명의 오기 등을 바로 잡아 새롭게 펴낸 것이다. 최씨는 "가장 정확한 번역본으로 알려진 김구용 선생의 '동주 열국지'만 해도 오역 사례가 80곳이 넘는다"면서 "4년간에 걸친 작업을 통해 번역본뿐만 아니라 원전 자체의 오류까지도 수정해 거꾸로 번역, 중국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세한 역주가 돋보이지만, 텍스트 자체의 번역에 충실하다 보니 소설로서의 긴장감은 다소 떨어진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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