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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테러 공포,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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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테러 공포, 남의 일이 아니다

입력
200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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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재 우리 대사관이 입주한 바그다드 시내 호텔이 21일 저항세력의 로켓포 공격을 받은 사건은 이라크 정세의 심각성을 새삼 걱정하게 한다. 당장 공관원을 비롯한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힘써야겠지만, 파병문제를 안고있는 우리로서는 사태의 근본을 면밀히 헤아려 대처하는 지혜가 한층 절실해졌다. 피격된 호텔은 외국기관과 외국인이 주로 머물러 점령군 철수를 압박하려는 저항세력의 표적이 됐을 것이다. 삼엄한 경비를 갖춘 이 곳이 피격되는 상황이라면, 공관 철수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훨씬 근본적 문제는 이라크 치안이 갈수록 악화하는 데도 파병을 단행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다. 특히 이라크에 인접한 터키에서 잇달아 발생한 영국 총영사관 등에 대한 폭탄차량 테러로 국제사회에 테러공포가 확산된 상황이어서 한층 혼란스럽다. 부시 대통령의 영국 방문에 때맞춘 이번 폭탄 테러는 이라크 정세악화로 궁지에 몰린 미국과 영국이 전쟁동맹의 명분과 결속을 거듭 과시, 국면전환을 꾀하는 것을 막으려는 알 카에다 등 이슬람 테러집단의 소행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런 피상적 분석은 복잡한 국제테러의 정치학을 간과한 것이고, 이라크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알 카에다 등 테러세력의 실체가 여전히 모호한 가운데 테러 불안만 고조되면, 외세에 맞선 민중 저항에서 비롯된 이라크 위기의 심각성은 잊혀질 수 있다. 부시와 블레어 영국총리가 새삼 '테러와의 전쟁' 명분을 쳐들고 나선 것은 이런 효과를 노린 측면이 있다.

명분다툼이 이라크 정세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사태의 근원인 이라크 점령에 대한 저항과 비판은 갈수록 거셀 전망이다. 테러 대비도 필요하지만, 이라크 안팎의 대세흐름을 올바로 읽고 국가적 선택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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