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쉿쉿!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쉿쉿!

입력
2003.11.22 00:00
0 0

백은희 그림·김춘효 글 비룡소 발행·8,500원

같이 놀자고 아이가 조를 때 어른들은 대개 귀찮아 한다. 바쁘다, 혹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혼자 놀라고 하면 아이는 뿌루퉁해진다. 어른과 아이 사이에 늘상 벌어지는 신경전이다.

'쉿쉿'은 이 평범한 사건에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 멋지게 풀어낸 유쾌한 그림책이다. 엄마가 아파서 집안일로 바쁜 아빠는 어린 송이와 놀아줄 시간이 없다. 송이는 심심하다. 아빠는 엄마가 아프니 조용히 하라고 하지만 송이는 신나고 재미있게 놀고 싶다. 그런데 놀라운 사건이 일어난다. 놀잇감들이 살아난 것이다! 장난감 강아지는 멍멍, 책 속 오리는 꽥꽥, 쿠션 염소는 '매∼애' 울며 같이 놀자고 한다. 송이는 놀이에 빠져들고, 아빠는 그런 소란에 점점 화가 나서 송이를 야단친다. 결국 송이는 울음을 터뜨리는데….

그림이 무척 사랑스럽고 익살맞다. 어린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송이의 다양한 표정 묘사도 훌륭하지만, 동물 친구들의 모습은 더욱 재미있다. 송이의 침대로 뛰어들어 뒤죽박죽 즐거운 난장판을 벌이고, 송이가 혼날 때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숨어서 겁 먹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송이가 울자 덩치 큰 황소부터 작은 꼬꼬닭까지 덩달아 우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림의 구성 방식도 유쾌하다. 집안일로 바쁜 아빠는 책 왼쪽 면에 조그맣게 그려 넣고 송이와 장난감 친구들은 오른쪽 면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사실 어린이는 어른보다, 그리고 상상은 현실보다 힘이 센 법이니까. 맨 마지막 장면에서 아빠는 송이와 함께 이불을 둘러 쓰고 놀고 있다.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한바탕 소동 끝에 만나는 포근한 결말에 어린 독자들은 안도감을 느끼고 어른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오미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