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뇌물 수금업자입니다." 20일 울산시 종합건설본부 소속 노모(46·6급)씨 등 공무원 7명을 무더기 사법처리 한 울산지검 수사팀은 이들의 뇌물수금 백태에 혀를 찼다.노씨는 거의 매일 시 발주 공사현장을 돌며 "이거 좀 시원찮은데, 잘못 시공한 게 아니냐"라며 은근히 공사업자들을 압박했다. 이 방법이 잘 통하지 않을 때는 설계도면을 몰래 빼돌려 특정 업자에게 공사 낙찰을 받게 해주고 사례를 요구하기도 했다.
업자들이 슬쩍 돈을 건네줄 의향을 비치면 "수표는 받지 않는다. 송금도 안 된다. 현금으로만 '인사'하라"고 태연히 요구했다. 현장방문 때마다 10만∼100만원을 어김없이 받아 그날 바로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했다가 수시로 인출해 종합금융, 적금 등 예금상품에 분산 투자해 세탁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3억여원의 차명계좌 통장을 관리한 노씨는 1998년 9월 종합건설본부 전입 직후 수명의 친인척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등 처음부터 뇌물을 받기로 작심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월평균 300만원의 월급과 수당은 고스란히 저축하고 착복한 돈으로 이탈리아제 수입가구를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해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노씨 등은 업자들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경리 담당에게도 인사하는 게 앞으로 공사 진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 동료 공무원에게도 뇌물수수를 주선했다. 심지어 서울 부산 등 타지 업체들이 울산의 관급공사를 낙찰 받았을 경우 회사 소재지로 원정 가 금품을 받기도 했다.
함께 구속된 최모(39·8급)씨 등 일부 공무원은 이번 사건 이전에도 금품수수 혐의로 물의를 빚어 징계처분을 받았으나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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