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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물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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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물의 신화

입력
200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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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니엘 앨트먼 지음 황수연 옮김 해바라기 발행·1만2,000원

없어지고 모자라게 된 다음에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것으로 공기와 물만한 게 없다. 둘 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불가결하다. 그 가운데도 물의 의미는 각별하다. 세계 어느 신화건 물이나 물의 이미지를 매개로 하지 않은 것이 드물다. 물은 역사의 발전, 문명의 발달에도 지대하게 공헌했다. 정화(淨化) 등의 의미로 의례(儀禮)에서도 빠지지 않는 메뉴다.

'물의 신화'는 물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미국의 저술가인 저자는 건강요법이나 환경문제, 영적인 주제 등을 담은 책을 여러 권 썼다. 물에 대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망라한 이 책도 물과 환경의 관계, 영적 이미지 등을 소개하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성경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의 영이 물 위를 거닐다가 가라사대 "물 가운데 궁창(穹蒼)이 있어 물과 물이 나뉘라 하리라" 하였으며 또 "하느님이 가라사대 천하의 물이 한곳으로 모이고 뭍이 드러나라" 하였다고 한다.

또 성경 곳곳에서 물은 "살아 있는 것들에게 생명을 가져다 주도록 명함"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고대 스칸디나비아인들은 신들이 성스러운 물에서 태어났다고 믿었으며, 아마존 서부 원주민인 슈와르족은 태초의 여자와 남자가 성스러운 폭포 위에 드리워진 무지개에서 생겨났다는 신화를 갖고 있다. 고대 이집트 역사 전체를 통해 물은 신적인 존재로 여겨졌으며 사람들은 모든 호수나 시내, 강, 우물에 신령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생명의 탄생·유지와 관련된 물의 역할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45억 년 전 깊은 바다 밑의 맨틀이 갈라진 틈으로 흘러 들어간 물이 그 속에서 데워진 후 다시 찬 바다로 흘러나온다. 그 결과 생겨난 화합물에서 '시원의 혼합물'(Primal Soup)이라고 부르는 탄수화물, 아미노산, 핵산 등이 섞인 기질(基質)이 형성됐다.

건물, 다리, 분수 등은 모두가 물의 신성함을 강조하기 위한 건축물이며, 종교에서 흔히 등장하는 세정식(洗淨式)이나 북미 인디언의 한증 천막 예식처럼 물은 여러 문화에서 영혼을 정화하고 치유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물이 이처럼 문화의 기저를 이루며 인간의 생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저자가 다양하게 소개한 이유는 지금 우리가 그 물의 중요성을 너무 잊고 지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한 잔의 물을 마실 때, 변기의 물을 내릴 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거나 비를 맞으며 산책할 때' 우리는 늘 그 속에 신성함을 지닌 물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자원 보호라는 환경운동도 이런 각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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