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0일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확대에 따라 재계를 중심으로 '경제 불안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는 것에 대해 "검찰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자의든 타의든 검찰수사에 개입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도 곤란하다는 얘기다.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 이날 검찰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 무(無)'를 강조하면서 "대선자금 수사는 검찰이 독자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원칙론적 말을 되풀이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정치개혁 및 정치자금 투명화에 대한 일관된 의지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통령의 책무 사이에서 여전히 고심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노 대통령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대선자금 전면수사를 사실상 강력히 촉구하면서도 "정당을 먼저 수사하고 기업은 나중에 확인하는 정도로 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그러나 최근 검찰수사가 이와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윤 대변인은 "간담회 당시 노 대통령은 개인적 소견을 밝힌 것으로 그것이 방침은 아니었고 검찰에 대해 이렇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측근비리 특검법까지 국회를 통과, 수용 여부가 당장 숙제로 놓여있는 마당에 검찰에 수사의 속도조절을 요청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못지않게 '기업수사의 속도조절'도 정치적으로 득실을 따져 봐야 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정치권의 환골탈태에 우선순위를 두고 싶어도 정부 내에 점증하는 위기의식, 즉 수사의 속도조절을 주문하는 분위기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이와 관련, 고건 총리가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시일 내에 수사를 마무리 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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