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직 장·차관급 인사 및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징발론'을 제기해 정부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징발 대상으로 지목된 상당수 장·차관들이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거나, 노골적으로 기피하고 있어 우리당측과 신경전 마저 벌이는 양상이다.우리당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각료급 인사는 강금실 법무장관을 비롯, 김진표 경제·윤덕홍 교육부총리, 허성관 행정자치·권기홍 노동·한명숙 환경·박봉흠 기획예산처·진대제 정통부 장관과 이영탁 국무조정실장 등 10여명에 이른다. 이외에 최기문 경찰청장, 조영동 국정홍보처장, 정상명 법무차관 등도 거명된다.
정동영 영입추진위원장은 20일 "상당수 장·차관급 공직자를 영입할 계획을 세워 접촉하고 있다"면서 "본인들이 원하지 않을지 몰라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입은 12월 중 내각 개편과 맞물려 이뤄질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우리당은 우선 영남 출신 각료들의 대거 영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등이 PK지역에 버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 이강철 상임중앙위원은 "현직 각료 중에 권기홍 장관을 비롯한 영남 출신 장·차관급 인사가 18명 정도 된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선 노 대통령이 이들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가장 열렬한 구애를 받고 있는 강금실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임기 내내 장관직에 충실하고 싶다"는 뜻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강 장관이 검찰청법 개정 작업을 연내에 마무리하려고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징발을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김진표 부총리도 출마설을 강하게 부인하다가 요즘 "가능하면 안 하려고 한다"는 선으로 후퇴했다. 김 부총리는 특히 지인들에게 "돈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여건만 마련되면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덕홍 부총리는 "정치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구에서 출마, 여당의 취약한 지역 기반을 보강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기홍 장관은 "지금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눈치다. 권 장관은 추석 때 대구에 내려가 지인들과 출마 문제를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숙 장관 역시 "선거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어떤 상황이 올지 추후에 생각해봐야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반면 이창동 장관은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발끈했고, 진대제 장관 역시 최근 강연회에서 "내가 아는 건 IT와 산업 뿐"이라고 출마설을 극구 부인했다.
청와대에서도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문재인 민정·박주현 국민참여 수석, 정찬용 인사보좌관에 대한 징발설이 나오고 있지만, 본인들이 부인하고 있다.
특히 문 실장은 '의정부 컴백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문 수석, 정 보좌관도 고개를 젓고 있다. 그러나 12월 청와대 개편과 맞물려 이들 중 일부는 출마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많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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