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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교회도 "法治" 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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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교회도 "法治" 새바람

입력
2003.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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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로 움직이기 때문에 법은 필요 없다"는 것이 한국 개신교 목사와 신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이 때문에 엄격한 교회법에 따라 운영되는 법치(法治)의 전통을 가진 천주교 교회와 달리 개신교 교회는 목사와 소수 장로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운영돼 왔고, 목사의 전횡에 따른 교회 분규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수년 간 목사, 장로들의 인치(人治)에서 벗어나 교회 정관에 따라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교회들이 생겨나고 있다. 개신교 일부 목사들이 교회헌금 유용, 변칙 교회 세습, 여성비하 발언 등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이어서 이런 움직임은 더욱 눈길을 끈다.교회 정관 채택 움직임은 개신교 교회의 병폐가 불거지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있었고 2000년대 들어 늘어나는 추세지만 전체 교세에 비추어 보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모범정관갖기운동을 벌이고 있는 교회개혁실천연대 백종국 공동대표(경상대 교수)는 "지난 1년 간 조사한 결과 4만 여 국내 개신교 교회 가운데 39개 교회를 찾았다"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교회의 정관 채택은 목사 스스로 교회 개혁에 관심을 갖고 추진한 경우도 있고, 목사와 장로, 신자들 사이에 분규가 일어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마련된 경우도 있다.

일산광성교회는 정성진(45) 목사 주도로 2000년에 정관을 채택했다. 목사가 6년마다 재신임을 받고, 65세 정년으로 조건 없이 은퇴하며, 원로목사를 두지 않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장로도 6년 동안만 당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평신도는 누구나 제직회에 참석할 수 있으며, 여신도 회장 등도 당회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도록 평신도의 참여를 확대했다. 정 목사는 "교회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내가 개척한 교회라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교회 개혁의 모범이 되고 싶어 정관을 마련했다"며 "교회는 목사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에 교회 설립 100년을 맞는 시흥교회는 수년 전 심한 분규를 겪으면서 교회운영이 민주적이지 못한 점을 자각하고 신자들의 주도로 정관을 마련,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민주적 정관을 가진 교회는 목사, 장로의 권한을 제한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향린교회와 강남향린교회는 목사와 장로 임기가 7년이고, 로테르담 사랑의교회는 목사 5년, 장로 3년, 집사 1년의 임기를 두고 있다. 진주에 있는 주님의교회는 목사, 장로, 집사 모두 3년의 임기를, 울산의 큰빛교회는 목사 6년, 장로 7년으로 임기를 제한하고 있다. 장로를 두지않는 교회도 있다. 회중교회를 표방하는 갈보리교회와 인천생명침례교회에는 장로가 없으며, 새길교회는 장로 대신 운영위원을 두고 있다. 교회 재산의 관리 주체는 다양하다. 당회가 가장 많지만 무지개교회는 목사와 재정위원장, 석문그리스도의교회와 화란한인교회는 운영위원회, 주님의교회 언덕교회 장생포교회는 재정부 또는 재정위원회, 열림교회와 밀알교회는 제직회 등으로 각각이다.

개신교 교회의 정관 갖기는 이제 출발이다. 교회가 목사나 장로의 뜻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 다수의 손으로 이루어진 규정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는 인식이 최근에야 싹튼 때문이다. 백 대표는 "개신교 교단 대부분이 교단 헌법으로 당회장이라 불리는 목사의 인치를 보장하고 있어 권위주의적 교회 정치를 개혁하기는 쉽지 않다"며 "각 교회에서 목사와 신자 스스로 모범적 정관을 마련해 교회를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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