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일연속극 '흥부네 박터졌네'에서 의류회사 기획실장인 주인공 현태(연정훈)와 그의 연인이자 같은 회사 디자이너인 수진(김태희)이 등장하는 장면에 '올준(OLZUN)'이라는 의류 브랜드가 심심찮게 비친다. 올준? 어디서 많이 보던 브랜드와 비슷한데? 눈 밝은 시청자라면 드라마가 끝날 때쯤 큼지막하게 자막으로 뜨는 이 드라마의 협찬사(제작지원) '올젠(OLZEN)'을 스펠링 하나만 살짝 바꾼 것임을 알게 된다.방송위원회 산하 연예오락 제1심의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처럼 협찬사와 유사한 브랜드를 노출시켜 간접광고를 한 '흥부네 박터졌네'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심의위는 또 은행 직원으로 설정된 단비(조여정)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은행 포스터 등을 통해 역시 이 드라마의 협찬사인 외환은행의 로고('KEB')를 수시로 보여 준 것도 간접광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심의위는 "이번 사례는 로고를 노골적으로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등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니지만, 정도의 차이를 떠나 간접광고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송위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송위는 지상파TV의 드라마 속 간접광고가 도를 넘고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고 판단, 중점심의를 벌여왔다. 이에 따라 지난달 12일에는 협찬사인 대한항공을 연상케하는 엠블렘 등을 반복 노출한 SBS '요조숙녀'를 비롯해 SBS '태양의 남쪽', MBC '좋은 사람' '백조의 호수', KBS '진주목걸이' 등 5개 드라마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전례 없는 무더기 경고 이후 간접광고가 눈에 띄게 줄기는 했지만, 젊은 층을 주타깃으로 하는 트렌디 드라마를 중심으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방송위는 특히 협찬사 회사명이나 상품명을 한 글자 정도 바꾸는 등 최근 새롭게 등장한 간접광고 수법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SBS 수목드라마 '때려!'. 이 드라마는 6일 방송 분에서 윤비서(황인영)가 광고기획안을 빼내 해미(소이현)에게 넘겨주는 대목에서 '잼있는 여자 모티즌! 램버거'라는 글씨가 크게 적힌 기획안 표지를 클로즈업해 보여줬다. '램버거'는 협찬사인 무선인터넷 브랜드 '잼버거'를 변형한 것으로, 잼버거의 전화번호 뒷자리 '5082'를 '508Z'로 바꿔 보여주기까지 했다. '때려!'는 이밖에도 '황성주생식'을 '황정주생식'로 바꿔 등장시키거나 아우디 등 유명 상품과 브랜드를 여러 차례 드러내 13일 방송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방송위 평가심의국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비 부담이 커지고 기업 협찬이 늘면서 제작진이 간접광고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간접광고는 정상적 광고시장을 어지럽혀 경쟁 업체에 불이익을 줄 수 있고 방송 프로그램의 상업성을 조장하는 등 역기능이 심각해 강력히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위는 21일 지상파TV 3사의 드라마 제작 책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드라마 간접광고에 대한 중점심의 결과를 알리고 간접광고 근절을 재차 당부할 예정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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