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도 작고, 거시기도 작고, 나이는 많고, 능력은 없고, 게다가 노력도 하지 않는, 그렇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무용해, 일명 무대리. 그가 TV에 출연한다.스파이스TV ‘용하다 용해 무대리’(금ㆍ토 밤 11시)는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신문 연재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것이다. 회사 발전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는 평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슬픈 존재. 요즘 같은 취업난 시대라면 취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고, 대리는 더군다나 달지 못했을 것 같은 사람. 그러나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어 아내 하소연은 어찌 그리 이쁜 지 모르겠다. 무대리같은 사람에게도 시집오는 여자가 있으니, 참….
그런데 이상한 건 다혈질의 부장과 늘 싸우고, 동료 직원들에겐 당하기 일쑤이고, 아내에겐 절절 매는 무대리가 밉지 않다. 아마 그의 모습 안에 우리가 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새마을운동 노래를 삶의 경전처럼 생각하고, 오로지 일에만 매달려온 구세대와 글로벌 시대를 향해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능력으로 무장하고 달려가는 신세대 사이에 ‘낀세대’인 나이든 직장인, 바로 그런 우리의 모습이 무대리 안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보며 뒤집어지게 웃다가도 그가 화면 속으로 사라지고 나면 씁쓸해 하는 것이다. 그래도 무대리가 멍청한 표정 지으며 부장을 향해 한 방 날릴 때는 더없이 속시원해진다. 또 넉살 좋게 주고 받는 성적 농담과 절묘한 비유에 우리의 배꼽은 어느새 길을 잃고 만다.
이런 무대리와 달리 푸드채널 ‘제이미’s Kitchen’(금 낮 12시, 토 오후 3시, 일 오후 1시30분)은 똑소리 나는 영국의 천재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진행한다. 아직 20대 초반인 그는 부모 덕분에 일찍 요리를 익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가 되었고, 10월 29일에는 영국 왕실로부터 MBE(Memb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 특별훈장을 받았다. 요리로 나라를 빛낸 데 경의를 표하는 훈장이라고 한다.
요리에 대한 열정과 잘 생긴 외모 덕분에 제이미의 요리 프로그램은 순식간에 전세계 젊은이를 사로잡았고, 이젠 ‘제이미 요리 무조건 따라하기’ 클럽이 생겼을 정도로 인기인이 되었다. 요리하는 내내 조잘조잘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 지, 같은 재료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요리조리 변형하는 것이 전형적인 신세대다. 이번 주말에는 제이미가 모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이탈리아 요리 ‘비프 카파치오’와 ‘탈리아텔레’를 만들어 본다. 또 영국에 유학 온 미국인 친구들과 영국의 전통 음식 ‘Fish & Chip’, 푸딩 등을 만든다.
극과 극에 서 있는 두 남자의 삶이 재미있다. 그런데 쬐만한 눈의 짜리몽땅 사나이 무대리가 제이미와 함께 요리를 한다면 어떨까. 이번 주말에는 식구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직장 동료, 구렁이가 되어버린 아내, 벌써 제 멋대로 살겠다고 아이들을 잠시 뒤로 하고 나만의 세계를 찾아보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데 이렇게 눌러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직장인이여 화이팅!
/공희정 스카이라이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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