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일대기를 연극으로 그릴 수 있을까. 목민관이자 당대의 으뜸 학자로서 널리 알려진 그에게서 인간적 면모를 끌어낼 수 있을까. 30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되는 '정약용 프로젝트'(극단 아리랑)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방은미씨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다. 다산 기념관에 갔다가 다산이 형 정약전, 정약종과 아들에게 보낸 편지와 시를 보면서 그는 책 속에 파묻혀 지낸 학자가 아니라 민중의 고통과 아픔을 온몸으로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려다가 실패한 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했다.'정약용 프로젝트'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편견과 질시 속에서 때론 외로움을 느끼고 때론 몸부림치던 다산 정약용의 자화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다산이 곡산 부사로 부임하면서 반란을 일으킨 이계심을 용서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연극은 다산이 천주교도로 몰려 18년 간 유배됐다가 풀려나는 것으로 끝난다.
자칫하면 딱딱하거나 어려워지기 쉬운 내용이다. 그러나 10년 간 전통연희와 음악을 연구해 온 작곡가 김만중씨가 만들어낸 '토리극' 형식으로 '정약용 프로젝트는' 한결 부드럽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태어났다. 민요나 굿 등 민간 음악은 각 지방마다 다른 음악어법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순수한 우리말로 토리라고 한다. '정약용 프로젝트'는 각 지방 전통 음악의 장단이 가진 특성을 살려 만들었기 때문에 '토리극'이란 이름이 붙었다.
공연 내내 배우들은 신분과 역할에 따라 각기 다른 발성법으로 모듬북 장단에 맞춰 대사를 내뱉는다. 정약용은 제주도 사투리, 노론은 경상도 사투리, 왕은 표준어, 백성들은 전라도 사투리로 말한다. 또 양반들이 말할 때는 느리고 장중한 김방새 장단, 백성들이 말할 때는 빠르고 경쾌한 청배 장단을 쓴다. 여기에 배우들의 노래와 춤도 곁들여 진다. 그래서인지 조선시대 버전 뮤지컬을 표방한 공연 '정약용 프로젝트'를 보다 보면 절로 흥이 난다. 문의 (02) 751―1500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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