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저거 빨리 망했으면…'하고 마음속으로 고사를 지낸 어머니가 있다. 어느 어머니가 자식의 실패를 바라겠는가. 그러나 유복하게 자란 아들에게 '밀림'에서 생존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어머니는 기꺼이 악역을 감수한다. 실패를 해봐야 성공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패션디자이너 진태옥씨가 두 아들 노승욱(40) 노상원(31)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인테리어숍 '태홈'을 열었다. 진씨가 디자인한 침구와 잠옷 등 홈컬렉션을 비롯, 아들들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연과 여백'이라는 주제아래 수집한 가구 식기류 인테리어소품 등이 고루 전시판매된다."무려 15년 동안 꾸어온 꿈이 비로소 현실이 됐습니다. 옷을 만들면서도 늘 우리가 숨쉬는 공간을 좀 더 살만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싶었어요. 오랜 준비끝에 아이들과 힘을 합쳐 비로소 이런 공간을 마련했으니 이보다 기쁠 수가 없지요."
인테리어숍은 진씨가 오랫동안 꿈꿔오던 패밀리비즈니스다. 장남인 노승욱씨가 카레이서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그게 안돼면 자동차디자인을 공부하겠다고 나섰을 때도 아들을 말리는 심중에는 인테리어 사업이 자리잡고 있었다. 둘째인 노상원씨도 마찬가지다. 가족중 가장 뛰어난 예술적 자질에 친구와 파티를 좋아하는 정많고 유쾌한 성격의 아들에게 굳이 경영학을 전공해 MBA를 따게 한 것은 누군가는 경영을 챙겨야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고마운 것은 두 아들 모두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지않고 속깊게 자란 점이다. "사실 잔소리도 심하고 아이들에게 자율권을 좀처럼 허락하지않은 엄마였어요. 그런데 이번에 같이 2년반 정도 인테리어숍 준비를 하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한달이면 세번씩 해외시장조사를 다니는데 싸구려 모텔에서 먹고자면서도 얼마나 꼼꼼하게 계약하고 물건 체크하고 리스크관리하고 했는지 흠잡을 데가 없더라구요. 각자 사업한다고 나섰다가 실패를 해본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해요."
세 사람은 태홈이 빡빡한 일상생활에서 빠져나와 잠시 쉴 수 있는 휴식처 같은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꽉차고 답답한 생활에 한줄기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싶다. 태홈의 컬렉션이 단순하면서도 여백이 강조된 디자인, 미니멀하지만 차지않고 정감있는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이 때문. 태홈 꼭대기 층에는 커피를 무료제공하는 작은 카페테리아도 설치, 아이쇼핑객들이 쉬었다 갈 수 있게 배려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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