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가에서는 총학생회장 선거가 한창이다. 교문에 들어서면 머리띠를 두른 후보들이 다가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대학문화의 발랄함을 느낀다. 최근 들어 대학 선거가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저조해졌다지만 가장 민주적이고 대표성을 지닌 제도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그런데 대학 선거를 지켜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 선거의 방식이 기성 세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후보들이 즐겨 사용하는 홍보 전략의 하나가 홍보물인데, 선거기간 중 엄청난 양이 뿌려진다. 후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홍보물이 수북이 쌓인다. 물론 치우는 것은 고스란히 환경 미화원들의 몫이다.
고급 재질에 화려한 색깔로 만들어진 홍보물이 쓰레기통에 쳐 박히거나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홍보물이 게시판이나 벽보에 여전이 남아있는 것도 흔한 풍경이다.
지하철역이나 거리에서 홍보물이나 전단지를 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쁘게 지나가는 행인들의 품에 억지로 끼워 넣거나 거절하는 손에 단단히 쥐어주는 전단지들은 한번도 읽히지 않은 채 휴지통으로 사라진다. 대학 선거의 홍보물들도 그런 전단지의 운명과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발상을 바꾸면 이런 문제점은 개선할 수 있다. 대학 선거관리위원회가 총학생회장 입후보자에게 선거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완전 선거공영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후보들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금액 내에서 선거를 치르고 강의실에나 화장실 벽에 어지럽게 홍보물을 붙이지 않도록 규정을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거자금과 조직의 뒷받침이 없는 유능한 후보들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학생회는 대학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기구로 성숙하게 될 것이다.
홍보물 나뒹구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반박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대학은 기성 사회와 달라야 한다고 본다. 최근 들어 대학생들의 대학 선거 참여율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물론 취업난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대학의 선거방식이 기성 사회와 다르지 않은 점도 작용하고 있다. 선거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성 세대의 선거와는 다른 방식을 마련했으면 한다.
홍 서 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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