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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서열에 대한 개들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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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서열에 대한 개들의 착각

입력
2003.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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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개를 키워보면 사람과 개가 닮은 점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람만 상상 임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도 상상 임신을 한다. 사춘기 시절 인형이나 작은 베개와 헛바람이 난 개는 침대 밑이고, 책상 밑이고, 장롱 속을 수시로 파고든다. 게다가 개는 천성이 사회적이어서 서열 따지기를 사람보다 더 좋아한다.어느 집이나 개의 서열은 그 집에서 제일 끝이다. 그러나 부부만 사는 집이 아닌 다음엔 어느 집 개도 자신의 서열을 제일 끝에 두지 않는다. 이른바 서열 파괴와 서열 착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왜 그런 착각을 하게 될까? 개는 그 집 대장에 대해 정말 개처럼 충성을 다한다. 그러면서 대장의 보호를 남다른 총애로 여긴다. 그 집 아들보다 자신이 더 총애를 받는 줄 여기게 되고 여기에서 바로 자기 서열에 대해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 사회라고 다를 게 무엇 있겠는가. 권력자와 조금이라도 친분을 유지하게 되면 자신이야말로 측근 중의 측근이며, 그 동안의 모든 공이 다 제 손에서 나온 줄 알게 되는 것이다.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제법 주머니에 돈 좀 있어 보이는 한 '측근'의 경거망동이 내 눈엔 그렇게 보인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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