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휴대단말기(PDA) 업계가 고사(枯死) 위기에 몰렸다. 다기능 휴대폰의 출현으로 소비자들이 PDA 제품을 외면하고 있는 데다, 대기업과의 경쟁에도 밀려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셀빅, 사이버뱅크, 지메이트 등 주요 PDA 업체들은 모두 기존 매출 목표를 철회하고 사업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들의 3·4분기 판매실적은 불과 2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몇몇 업체는 하반기 월 판매량이 1,000대 이하로 줄어 기존 제품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재고만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동통신사의 PDA폰 판매도 크게 줄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근 PDA폰 신규 가입 고객의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해 전체 사용자 수가 7만5,000명 수준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KTF, LG텔레콤 등 타 이통사들도 PDA폰 가입자가 늘지 않아 기존의 PDA폰 마케팅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이에 따라 2000년부터 매년 두 배 가까운 성장을 구가하며 지난해 25만대까지 팽창했던 국내 PDA 시장은 올해는 3년 전 수준인 연 10만대까지 곤두박질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부진은 스마트폰, 카메라 폰 등 다기능 휴대폰(컨버전스 폰)의 출현으로 PDA 선호도가 급속히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으로도 동영상 시청과 일정 관리, 사진찍기 및 고해상도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자 덩치 큰 PDA가 매력을 잃게됐다"며 "기존 PDA 사용자들도 컨버전스 폰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MITs 400', 한국HP의 '아이팩'(iPaq) 등 대기업들의 '포켓PC' 제품도 PDA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포스트PC 프로젝트로 탄생한 포켓PC는 사용 편리성과 프로그램 호환성, 성능 면에서 일반 PDA 보다 훨씬 앞서 있다"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PDA업계는 정부가 중단시킨 PDA폰에 대한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지급 재개를 요청하는 한편, 스마트폰 분야 진출과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 PDA 업체인 셀빅은 최근 코오롱 그룹에 전격 인수되면서 스마트폰 전문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9월 첫 제품을 내놨다. 그러나 석달간 실제 판매량은 고작 수천대에 머무는 등 고전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적 휴대폰 업체들이 스마트폰 분야를 선점하고 있어 시장 공략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초소형 스마트폰 신제품 개발과 기업용 PDA 시장 공략으로 위기를 극복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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