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여행과 동굴? 약간 성격이 다른 듯하다. 그러면 어떠랴. 정선군과 삼척시에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동굴이 있다. 규모도 크고 아름답다. 정선의 화암동굴, 삼척의 환선굴이다. 장터 여행의 부록이다.화암동굴
정선은 석탄으로 유명했지만 정선군 동면의 천포광산은 일제시대 전국 5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던 대형 금광이었다. 지금은 채산성이 없어 더 이상 금을 캐지 않는다. 대신 갱도를 손질해 관광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화암동굴은 금광의 갱도와 이 갱도를 파들어가다 발견된 석회암동굴 등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석회암동굴이 발견된 것은 1934년. 광부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마어마한 공간과 만났다. 불을 밝혔다. 그 곳에는 세월과 석회암이 빚은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동굴은 그로부터 59년이 지난 1993년 일반에 공개됐다.
정선군은 동굴과 인근 절경의 상품성에 착안해 1998년 4월부터 2년여 동안 석회암 동굴과 금광의 갱도를 아우르는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벌여 2000년 6월4일 국내 유일의 테마동굴로 다시 일반에 공개했다. 새로 탄생한 화암동굴의 테마는 '금과 대자연의 만남'. 땅 속의 공간을 연결해 1,803m의 관람코스를 조성했다. 절반은 금 박물관, 나머지 절반은 석회암 절경지대이다.
관람은 폐광의 갱도에서 시작된다. 천포광산의 당시 모습을 재연해 놓았다. 밀납으로 광부들을 만들어 금을 캐는 작업을 설명한다. 재연 부스는 모두 16개. 관람객이 부스 앞에 서면 센서가 작동해 밀납 광부들이 움직이고 1분 내외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석회암 동굴은 마지막 코스에서 만난다. 동굴에 들면 잠시 공포감에 젖는다. 드문드문 종유석과 석순을 비추는 불빛을 제외하고 거대한 어둠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 곳에는 동양 최대 규모로 알려진 유석폭포를 비롯해 대형 석주와 석순이 부지기수이다. 1시간30분 정도면 모두 돌아본다. 관리사무소 (033)560- 2578.
환선굴
환선굴 입구는 백두대간의 거친 봉우리인 덕항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해발 400㎙로 매표소에서 1.5㎞ 정도 걸어야 한다. 길은 심심치 않다. 통방아와 너와집 등을 재현해 놓았다. 안내방송이 나온다. 굴의 개요와 관람 요령, 주의사항 등을 나지막한 소리로 말한다.
천연기념물 제178호인 환선굴은 1997년 10월 일반에 공개됐다. 석회암 동굴로는 동양에서 가장 크다. 총 연장길이는 6.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나 이중 공개되는 부분은 1.6㎞ 정도이다. 5억3,000만년 전부터 형성됐지만 여전히 노화와 회춘을 반복하는 살아있는 굴이다. 성장기부터 쇄락기까지 동굴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부 온도는 사시사철 섭씨 8도와 14도 사이에서 오르내린다.
모든 길은 쇠로 만든 다리와 난간으로 되어있다. 대신 난간 바깥으로는 나가지 못한다. 안전과 보존을 함께 생각해서다. 쇠로 만든 길은 전람회에서 그림을 감상하듯이 이쪽 저쪽 벽에 위치한 동굴의 예술품을 구경할 수 있게 오르락 내리락 하며 이어져 있다. 1시간 30분 정도면 돌아본다.
말이 굴이지 땅 속에 만들어진 다른 세상이다. 거대한 규모에 입이 먼저 벌어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제1폭포를 비롯해 오련폭포, 흑백유석, 꿈의 궁전, 도깨비 방망이, 대머리형 석순, 악마의 발톱 등 신비로운 동굴의 세계가 계속 모습을 나타낸다. 모든 작품의 이름은 지역 주민들이 공모를 통해 붙여졌다.
공포의 코스도 있다. 지옥교와 참회의 다리. 무심코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중간에서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밧줄로 연결한 출렁다리다. 사람이 걸으면 흔들린다. 잠시 아래를 내려보다가 갑자기 발걸음이 빨라진다. 밑은 아득한 낭떠러지이다. 대이동굴관리사무소 (033)541-9266.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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