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녹스에 대한 서울지방법원의 무죄판결로 유사 석유제품이 범람할 가능성이 높아져 정유업계와 휘발유 유통시장에 파장이 우려된다. 게다가 서울지법의 판결을 접한 주유소들이 영업중단 등을 포함한 실력 행사도 검토하겠다고 반발, 최악의 경우 '석유대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세녹스 유통, 여전히 불법
주무 부서인 산업자원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세녹스, LP파워 등 정상 휘발유의 70∼80% 가격으로 판매되는 유사 석유제품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유통 단속도 더욱 강력하게 펼칠 방침이다. 산자부 염명천 석유산업과장은 "유사석유제품과 관련된 소송에서 이미 4차례나 승소했다"며 "이번 판결은 해당 1심 재판부의 독자적 판단일 뿐"이라고 의미를 평가 절하했다. 염 과장은 "검찰·경찰 및 일선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더욱 강력한 단속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부는 다음 주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국세청에 프리플라이트에 부과한 600억여원의 세금을 강제로 징수하는 방안을 요청할 게획이다.
실제로 이번 판결에도 불구, 세녹스 제조업체인 (주)프리플라이트가 세녹스를 다시 제조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프리플라이트는 지난 3월 산자부가 내린 '용제수급조정명령'으로 원료를 구하지 못해 이후 세녹스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재판부가 용제수급조정명령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또 석유제품으로 인정받아 적법하게 세녹스를 제조·유통시킨다고 하더라도 교통세와 특별소비세 등을 납부, 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지는 것도 문제이다.
가짜 세녹스가 판친다
산자부와 정유업계는 이번 판결로 '가짜 세녹스'가 범람, 석유 유통질서가 어지러워 질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프리플라이트는 세녹스 제조를 중단했는데도 불구, 영세업자들이 은밀하게 제조한 '가짜 세녹스'가 서울 근교나 지방에서 거래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도 "세녹스 용기에 저질 석유류를 섞어 넣은 유사 석유제품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국주유소협회 양재억 이사는 "가짜 세녹스 제조업자들로 일선 주유소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조만간 전국 1만1,000여개 사업자들의 대표가 참여하는 대책 회의를 열어 대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별로 주유소 영업을 공동으로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법원의 무죄 판결이 일시적인 석유제품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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