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돈수·돈오점수 논쟁, 삼천배, 10여 년의 장좌불와 등으로 널리 알려진 성철(1912∼1993·사진) 스님. 입적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현대 한국불교에 가장 큰 자취를 남긴 인물로 그를 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성철 스님의 사상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고 일부 신화화한 점마저 없지 않다.성철 스님의 진면목을 살피는 자리가 마련된다. 조계종 스님들의 수행토론모임인 선우논강은 동안거 기간인 29일부터 내년 1월1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남원 실상사에서 여덟 차례에 걸쳐 '백일법문 간경결제 (百日法門 看經結制))'를 갖는다. 성철스님의 '백일법문'을 통해 오늘의 한국불교를 재조명한다는 취지다.
1967년 해인총림 방장으로 추대된 성철 스님이 100일 동안 계속해서 설한 법문이 '백일법문'이다. 아함경, 남전대장경 등에 들어있는 초기불교 이론부터 중관,유식 등 대승불교 사상을 거쳐 선종의 사상까지 불교 사상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 오랫동안 불자들과 스님들의 지침이 되어왔다. 성철스님의 상좌인 원택 스님이 '성철 스님의 생애와 사상', 팔리원전연구소장 마성 스님이 '백일법문에 나타난 중도사상', 동국대 교수인 혜원 스님과 칠불암 주지 월암 스님이 '성철 스님의 선사상'을 발표하고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인다. 이번 간경결제의 초점은 단순히 성철 스님의 사상을 되짚어 보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일부 정리되지 않은 그의 사상을 재조명하는 데 있다. 간화선과 보현행원의 관계, 영혼불멸설과 연기무아론의 충돌 등 스님의 사상 가운데 서로 모순되는 점들에 대한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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