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비가 오락가락하는 20일 저녁 경기 의정부시 주한미군 캠프 레드클라우드 정문 앞에 '여중생 범대위' 관계자 50여명이 모였다. 이날은 미 군사법원이 여중생 2명을 치어 숨지게 한 미군 장갑차 관제병 니노 병장에게 무죄 평결을 내린 지 꼭 1년이 되는 날. 범대위 채희병 사무국장과 일행은 1년 전의 분노와 아쉬움을 회상하며 다시 작은 촛불을 켰다."그 날도 참 날이 추웠죠. 미선이 효순이가 깔려 죽은 그 자리에 다시 서니 그 때 느꼈던 뜨거운 분노가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6월13일 미선이와 효순이의 억울한 죽음은 월드컵의 열기에 파묻혀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하지만 월드컵의 열기가 가라앉자 인터넷을 통해 두 여중생의 죽음이 퍼져나갔고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군장갑차 고 신효순, 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를 구성해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 때 우리가 받았던 서명만 100만명이 넘었습니다. 전 국민의 정서와 요구를 반영해 사법처리가 될 줄 알았지만 뜻밖에도 무죄판결이 나왔죠. 그 때의 경악을 잊을 수 없습니다." 시민들의 분노는 작은 촛불이 되어 26일부터 종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본격적인 촛불시위가 시작됐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그 해 연말까지 매일 대규모의 촛불시위가 열렸다. 채 국장은 "당시 노무현 후보는 미선이 효순이 부모님을 찾아 위로도 하고 SOFA 개정도 약속했지만 이제는 우리의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미선이 효순이의 원혼이 이 곳을 떠돌고 있습니다. 아직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범대위는 26일 '촛불 시위 1년, 무엇을 남겼는가'좌담회를 개최하고 29일 광화문에서 촛불시위 1주년 기념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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