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엄정화 입에서 남자 목소리가 나오네'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는 뮤직비디오로 화제인 '잊었니'의 가수 h는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뮤직 비디오 속, 중절모를 비스듬하게 쓴 엄정화의 중성적인 이미지와 립싱크로 흘러 나오는 노래가 그를 대신할 뿐이다.SBS 드라마 '때려'의 주제곡 '알아요'를 부른 주인공 역시 얼굴을 숨기고 있다. '알아요'는 드라마 주제곡으로는 이례적으로 휴대폰 컬러링 시장에서 다운로드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나얼과 음색이 비슷해 '나얼이 불렀다, 아니다' 또는 '출연자가 직접 불렀다'는 등 소문이 무성했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신인가수 KCM. 기획사는 그가 22세의 신인가수라는 것 외에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뮤직비디오만으로 노래를 홍보하거나 극구 얼굴을 숨김으로써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신비 마케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조성모가 98년 '투 헤븐'을 부르며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 이 마케팅 기법의 시작이었다. 이유는 가지가지. h의 기획사는 "요즘 비슷비슷한 남자 솔로 가수들이 너무 많아 빛도 못 보고 묻힐 가능성이 있고 연말이라 시상식이 많아 제대로 된 활동은 아예 미루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얼굴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궁금증을 극대화 시킨 후 내년 초 본격 활동에 나설 예정이라는 이야기. 하지만 h의 앨범을 구입한 이들이라면 그의 정체를 금세 알 수 있다. 그는 4년 전 'Dream' 을 불러 '제2의 유승준'이라 불렸던 현승민. 이효리의 '10 minutes'의 마지막 부분에 이효리와 같이 춤추는 체격 좋은 남자가 바로 현승민이다.
인기 작곡가 박근태가 프로듀스를 맡아 내년에 음반을 낼 예정인 KCM은 "신선함을 잃지 않기 위해"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기획사측은 "OST에 실린 '알아요'는 음반을 준비하고 있는 KCM의 가창력과 대중의 반응을 시험하기 위해 녹음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OST 관련 활동이 데뷔 음반을 냈을 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걱정하는 눈치다.
조성모, 브라운 아이즈, 김범수 등 얼굴을 내세우지 않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얼굴 없는 가수' 마케팅 기법이 요즘 다시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 관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음반 판매 상황이 어려운 때, 좋은 재목을 바로 TV에 노출시키면 제대로 빛을 못 볼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실력이 전제 되지 않은 채 무조건 신비주의전략을 써 먹는 것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요계의 중론이다. 좋은 음악이 전제된 특별한 전략이 아닌, 별차이 없는 음악으로 '얼굴만 없는 가수' 전략을 내세운다면 결국 별 인기를 끌지 못한다는 말이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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