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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반가운 "시민 역사" 복원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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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반가운 "시민 역사" 복원 움직임

입력
2003.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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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비자금, 이라크 파병, 새만금, 위도 핵폐기장, 부동산투기…. 누군가 대한민국은 '문제연구소'라고 했던가. 정말 모든 것이 '문제'다.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이 비단 우리시대에만 불거졌던 것일까. 아니다. 전근대사회에도 늘 나름의 문제는 있었다. 그러나 당대사회를 기록하는 우리의 역사인식은 대단히 권위적이고 중앙집중적 사고에서 한치도 벗어나질 못했다. 그래서 '문제'의 실질적인 당사자이고, 피해자이고, 결국은 해결자이기도 한 당대 민중들의 삶에 관한 것은 무시되어 왔다. 규중 궁궐 내부의 시시콜콜한 사연들은 인기드라마가 되는 지경에 정작 당대의 민중들의 삶은 알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근년에 국사편찬위원회는 매우 어려운 결단을 앞두고 있다. 이른바 한국문화사 편찬이 그것이다. 학계 논의가 진행되는 단계이지만 대략적인 골격은 기존 역사관과는 무언가 다른 것을 제시하고 있다. 정작 무시되었던 민(民)의 생활사나 일상사, 문화사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단히 그릇된 권력 우선의 사회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학계는 오히려 시민 일반의 보편적인 세계관과 그네들의 삶에 역사동력의 힘을 부여해야 한다. 전쟁과 평화, 여가, 죽음과 장례, 의식주생활 등등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망라하는 '시민역사교과서'를 만들어 보급하는 것까지 생각해볼 일이다. 그 동안 소외 내지 편향되었던 역사관을 바꾸는데 결정적 힘으로 작동하길 기대해본다.

돌이켜보면 지난 100여년 동안 우리들이 살아온 기록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다행히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20세기 민중생활사 연구단이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다. 생활도구의 물증채집, 민중들의 구술채록 등의 작업이 동영상 아카이브로 집대성되고 차후 중요한 20세기사 생활문서로 활용될 것이다. 가령 청계천복원에서 사라져야 할 운명에 내몰린 천변의 20세기 민중들의 삶의 기록도 고려 대상이어야 한다.

문화사편찬이나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는 그 동안 소외되었던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들이 이제야 역사의 전면에 제 모습을 드러낼 기회를 모처럼 갖게 됐다는 뜻을 지닌다. 모처럼 학계의 희망찬 소식 하나를 전하면서도, 마음이 어두운 것은 그 작업이 아직은 '주류'가 아닌 일부 뜻 있는 소장 학자들의 고군분투의 결과라는 점이다. 역시 학자들 스스로도 대한민국의 '문제연구소'에 살고있는 덕분에 연구작업에서도 '문제'의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주 강 현 한국민속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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